과거 북한의 통일전략이 피상적이지만 화해 협력에 기반한 평화통일이었다면 지금부터 북한이 추진할 통일전략은 무력(핵)에 기반한 적화통일(흡수통일)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 조영기 "김정은의 '영토완정', 핵을 앞세운 흡수통일"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를 지낸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은 재단법인 세종연구소(이사장 이용준)가 22일 오후 서머셋팰리스 서울에서 '남북관계 패러다임의 대전환: 특수관계에서 일반 국가관계로?' 주제로 개최한 포럼에서 "북한은 결코 통일을 포기한 사실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사무총장은 김정은이 핵무력정책법에 명기한 '영토완정'은 한 나라의 영토를 단일한 주권 밑에 통일하는 것을 의미하는 김일성 시대의 '국토 완정'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꼬집었다.
조 사무총장은 "김일성은 1949년 노동당 중앙위원회 회의 및 최고인민회의 등 각종 회의에서 '국토 완정'을 14회 주장했다. 김정은이 국토완정을 주장한 이듬해인 1950년에 6.25남침 전쟁을 감행했다"며 "국토완정에 따른 통일 방법은 무력에 의한 통일을 함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은 2022년 9월 제정한 '핵무력정책법' 서문에 '영토완정'을 명기했는데, '국토완정'은 '영토완정'과 같은 의미이며, 핵무력정책법은 핵 사용에 방점을 둔 법"이라며 "결국 핵무력정책법은 핵을 앞세운 '무력적화 흡수통일'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원곤 "한미 확장억제, 北 도발시 최대치 작동… 北, '말폭탄' 위협 지속"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대남 노선 전환의 의미를 △대남 핵 공격 정당화 시도 △남북의 국력 차를 인정한 방어적 성격 △남북관계 및 한반도 주도권 회복 △한반도 긴장 조성으로 존재감 부각 △고강도 내부 결속을 위한 선택 △'신냉전'과 '다극화' 진영 구축을 위한 포석 등으로 분석하며 북한의 대남 노선 전환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북한은 한국을 독립된 주체이자 타자로 정체성을 규정해,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관계를 확립했다. 같은 민족이 아닌, 적대세력이자 교전국가인 '대한민국'에 핵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제기한 대남 핵공격 주장을 남북관계에 근본적 변화와 연계해 불가역적 사실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교수는 북한의 공세가 오히려 핵협의그룹(NCG)를 비롯한 한미의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역작용으로 귀착할 것이라며 "북한 도발 시 최대치의 억제가 작동해 북한의 전쟁 주도권 장악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는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경험한 이래 '국지도발 공동 대비계획'을 마련해 10년 이상 대비태세를 강화해왔다. 북한의 회색지대 도발에 대해서도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라 맞춤형 훈련과 대응태세를 마련했다"면서 "재래식 전력이 절대 열세인 북한이 한미연합을 상대로 원점이 노출되는 국지도발을 감행할 경우 목표달성 가능성이 제한된다"며 "실제 행동보다는 '말폭탄'을 통한 위협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최은주 "北의 '두 개의 국가' 주장, 한국에 의한 흡수통일 사전 차단 의도"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 당 중앙위 전원회의 8기 9차 전원회의에서 북한은 새로운 노선을 제시해 한반도에 '두 개의 국가'가 존재한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를 통해 그동안 경계해 왔던 (한국에 의한) 흡수통일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최 연구위원은 "북한은 이번 정책 전환에 대해 기존의 대남·통일 정책이 온전한 결실을 맺지 못했고 변화된 현실을 인정한 결과라고 밝혀, 기존 정책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정책 실패에 초점을 맞추고 변화된 현실을 반영한 결과라는 점을 강조해 정책 전환에 대한 정당성 부여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현재의 남북관계를 '가장 적대적인 국가', '전쟁중에 있는 완전한 두 교전국관계'로 규정하고 관련 방침들을 고려할 때, 남북한 간의 군사적 충돌 위험은 높아지고 있는 현 상황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은 국방 정책에서 전쟁 발생 시 남한 평정을 목표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남한을 상대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직접 언급해 군사적 위협을 강화했다"면서 "북한이 영토규정과 관련해 남쪽국경선이 확정된 이상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고 북한의 주권행사영역을 침해할 시 전쟁 도발로 간주한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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