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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키트, 있어도 못쓴다…"마약 운전 단속법 생겨야" 현장 경찰관들의 고충

뉴데일리

마약투약 후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는 이른바 '마약 운전'이 기승을 부리면서 경찰이 도로 현장에서 즉각 검사가 가능한 '마약 분석키트'를 도입해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운전자가 거부하면 검사를 강제할 수 없는데다 정작 도로 현장에서 키트를 가장 필요로 하는 교통 관련 부서엔 키트 관리 권한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마약 운전 단속법과 키트 보급화를 위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해 12월 사고 현장에서 마약 검사를 더 쉽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전국 일선 경찰서에 '마약 키트'를 지급했다. 배포된 시약기는 마약 투약 여부를 3분 안에 확인 가능하며 코카인, 케타민, 필로폰, 대마 등 주로 투약하는 마약 6종을 검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코로나 간이 키트처럼 간단하게 생겨 휴대가 편하고, 검사도 빠른 편이라 효과적인 것 같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른바 '제2 롤스로이스 사건'을 막겠다며 키트를 도입했다. 지난해 8월 신모(28)씨는 서울 압구정에서 환각 상태서 롤스로이스를 몰다 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했다.

그러나 당초 계획과는 달리 마약 키트가 현장에서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현행법상 법원의 영장 없이는 마약 투약 의심자에 대한 마약 검사를 경찰이 강제할 권한이 없다. 현행법에는 '약물을 투약한 뒤 운전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으나 이를 단속할 구체적 절차나 방법을 정하진 않은 탓이다. 또 약물 검사를 거부한다고 해서 처벌할 수 있는 조항도 전무하다.

현재 국회에선 약물 운전이 의심되는 운전자를 상대로 동의 없이 감사를 강제하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지만 계류 중인 상태다.

김희준 마약 전문 변호사는 마약 키트 사용을 통한 간이검사와 관련해 "당사자 동의 없인 키트 검사가 불가능하다"며 "음주측정불응죄처럼 처벌 조항이 있는 것도 아니라 키트 사용 실효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현재로선 마약키트를 이용한 마약검사 이전에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을 운전자에게 충분히 공지하고 명확히 승낙을 받아야 한다"면서 "(경찰관이) 고지 없이 검사부터 하면 이후 증거능력 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마약 키트 관리 권한이 강력계에 있다 보니 실상 마약 키트 사용률이 낮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반적으로 교통과나 관할 지구대에선 마약 수사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 보니 강력계에서 마약키트를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사 방식이 바뀌어도 여전히 소변과 체모를 통한 마약 투약 여부 확인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의 한 일선서 교통과 관계자는 "단속 현장에선 (키트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마약 의심자가 발견되면 키트 관리 부서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선사항과 관련해선 "마약키트 관리 측면에서의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며 "법적 절차에 대한 보강도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천 지역 한 교통과 관계자도 "통상 마약 키트는 마약반이나 강력반에서 갖고 있다"며 "음주단속 현장에서 마약 투약 의심자가 보이면 교통과에서 모든 것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타부서 협조를 받아 총력대응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마약 의심자에 한해) 요청을 통해 소변과 모발 채취(30수 이상) 검사를 진행한다"며 "마약 사건이 전체 범죄 중 보편적인 사안은 아니라 실제 키트 사용이 많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01/22/202401220028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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