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여권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실상 사퇴를 요구한 것은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두고 한동훈식 돌파 방식과 대통령실로 대변되는 '용산'의 방어 논리가 정면으로 충돌했기 때문이다.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승리해야 차기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하는 한 비대위원장과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무조건 방어하겠다는 용산의 '스크럼'이 무너지면서 갈등의 골이 여과없이 세상에 알려졌다.
문제는 80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이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하면 임기가 3년 남은 윤석열 정권은 사실상 '레임덕'에 빠지는 구도다. 식물 정권으로 전락하면 범야권은 '대통령직 사퇴'라는 초유의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여권 안팎에선 "이성을 찾아야 한다", "이래도 가면 끝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대통령실도 문제 해결을 위해 한발 빼는 모습이다.
◆한 비대위원장의 '尹 사단 독립선언'으로 촉발된 사퇴론
국민의힘에서 금기로 여겨진 김 여사 관련 의혹과 관련한 정공법을 꺼낸 깬 건 김경률 비대위원이다. 앞서 김 비대위원은 "명품 가방이 주가조작 의혹보다 국민 감성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며 "국민이 요구하는 기대치가 있는데 그걸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혹과 관련해 어떤 형식으로든 국민에게 정식으로 사과해야 한다는 요구였다.
김 비대위원 발언과 관련해 당내 친윤계와 용산에서는 불편한 감정을 가졌으나 이를 공론화 하지 않았다.
이러한 불편한 기류에서 이번 사퇴설의 촉매제가 된 건 한 비대위원장의 의혹에 대한 발언과 뒤이어 이어진 김 비대위원장에 대한 지지 선언이었다. 김 여사 의혹과 관련, 한 비대위원장은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다"며 "국민께서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여사가 '선물'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처음으로 용산과 다른 생각을 밝힌 것이다.
이후 한 비대위원장은 공개석상에서 김 비대위원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그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에 출마시킬 것임을 직접 언급했다.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했던 당내 친윤계 등은 "사실상 전략공천"이라며 시스템 공천 도입을 공언한 한 비대위원장을 직격했다.
한 비대위원장의 거리두기는 앞선 김기현 당 대표 체제 때 거론된 '건강한 당정 관계'에서부터 출발됐다. 여권 한 관계자는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한 비대위원장의 취임 일성은 다름 아닌 '국민의 생각과 상식의 나침반'이었다"며 "김기현 체제가 조기에 무너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상명하복의 수직적 당정 관계였고, 이러한 상황을 잘 이해한 한 비대위원장이 김 여사 의혹으로 인해 2~3%포인트 차 승부로 총선 결과가 나오는 수도권 등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공개적으로 윤 사단 독립선언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尹, 韓 '길들이' 하다 '돌연 사퇴'하면 총선 필패론 불가피
일각에서는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한 비대위원장에게 직접 사퇴를 요구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사실이라면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시선을 의식한 듯 이날 저녁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 비대위원장의 거취 문제는 용산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사태에 대해 한 여당 의원은 "용산의 의중이 정말 한 비대위원장의 사퇴인지, 아니면 김경율 위원장의 사퇴 요구인지 알 수 없지만 명품백 문제로 한 비대위원장을 쫓아내면 당은 회복불능 상태로 갈 수밖에 없다"며 "냉정을 되찾고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아니면 과거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유승민 사태가 다시 벌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자진 사퇴가 없을 경우 친윤계 의원을 중심으로 22일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사퇴를 요구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와 관련, 여권의 또다른 관계자는 "만약 한 비대위원장이 물러나지 않고 오히려 윤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한 비대위원장의 모든 후광은 사실상 윤 대통령으로부터 나왔기에 한 비대위원장이 극단적 결단을 하든, 용산과 친윤계에서 한 비대위원장을 물러나게 하든 이 같은 강 대 강 상황은 결국 앞서 박근혜 탄핵 사건으로 어부지리로 승리한 민주당만 웃게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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