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전국을 4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현역 의원 하위 10% 이하를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기로 했다.
권역별 하위 10% 초과 30% 이하 대상자는 경선 득표율에 –20%를 적용한다.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현역의 경우엔 추가 –15%로, 경선 득표율에서 최대 –35%의 감점을 받는 만큼 중진 의원들의 '물갈이' 수준은 커질 전망이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이 총선을 '전쟁'으로 표현하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이기는 공천을 강조한 만큼 경쟁력을 바탕으로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권역별로 나눠 현역 하위 10% 공천 배제
국민의힘 공관위는 1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첫 회의를 열고 이 같은 공천 방안을 발표했다. 상견례 자리가 될 거라는 예상을 깨고 3시간 40분 간 회의를 진행했다.
정 공관위원장은 "이번 공관위 결정의 특징은 국민의힘 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시스템 공천 제도를 도입해 밀실 공천, 담합 공천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며 "변화와 안정의 균형을 위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원칙과 기준을 마련해 질서 있는 세대 교체를 구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엄격한 부적격 기준을 마련해 도덕성을 갖춘 후보를 공천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먼저 전국을 4권역으로 나눠 현역 의원의 교체 지수를 정한다. 1권역은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과 인천, 경기, 전북으로 총 13명이다. 2권역은 대전, 충북, 충남으로 총 11명. 3권역은 서울 송파구, 강원, 부산, 울산, 경남으로 37명, 4권역은 서울 강남구, 서초구, 대구, 경북으로 총 29명이다.
권역별 하위 10% 이하는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고 하위 10% 초과~30% 이하는 경선 득표율에 –20%를 적용하기로 했다. 당무감사 결과 30%, 공관위 주관 컷오프 조사 결과 40%, 당 및 사회 기여도 20%, 면접 10%를 종합해 반영한다.
여기에 동일 지역구에서 3선 이상을 한 국회의원의 경우 경선 득표율에 –15%가 반영된다. 동일 지역구 3선 이상에다 자신의 권역에서 하위 10% 초과~30% 이하는 경선 득표율에서 총 –35%가 적용되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중진과 동일 지역구 출마자는 끝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본인이 득표한 데서 15%를 감산할 경우에도 정치 신인이 3선 이상과 경쟁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매우 어렵다"며 "공관위원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논의한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청년·여성 등엔 상황별로 가산점 적용
반면 청년·여성·장애인·공익제보자·탈북민·유공자·사무처 당직자·국회의원 보좌진은 경선 득표율에 가산점을 적용한다. 가산점은 중복 적용되지 않는다. 청년은 선거일 기준 만 34세까지 양자 대결일 경우 신인에겐 20%, 그러지 않은 경우엔 15%를 더한다. 만 35세부터 만 44세까지는 신인 15%, 비신인 10%다.
동일 지역 3선 의원이 만 34세 미만 청년과 맞붙을 경우 경선 득표율에서 현역은 –15%, 도전자는 20%가 각각 적용된다.
도덕성 기준도 강화했다. 성폭력 2차 가해, 직장 내 괴롭힘, 학교 폭력, 마약 범죄의 경우 공천을 원천 배제하고 2018년 12월 18일에 시행된 윤창호법 이후는 1회, 선거일로부터 10년 이내 2회, 선거일로부터 20년 이후 3회 음주 운전자도 공천을 받지 못한다.
당원권 정지 이상 등 당 윤리위원회 징계를 받은 경우도 경선에서 최대 4점을 감점하고 선거일 기준 5년 이내 탈당 경력자 최대 5점, 탈당 후 무소속 출마자 최대 7점, 보궐선거 유발 중도 사퇴자는 최대 10점을 감점 당한다.
공천신청자의 경우 현역은 여론조사 40, 도덕성 15, 당 기여도 15, 당무감사 20, 면접 10을 더한다. 도덕성의 경우 감점이 15점을 초과해도 총점에서 감점이 추가로 적용된다. 당협위원장이 아닌 경우 여론조사 40, 도덕성 15, 당 및 사회 기여도 35, 면접 10이다.
동일 지역구 3회 이상 낙선자의 경우 경선 득표율에서 –30%를 적용하며 경쟁력 없는 후보 교체를 강조했다.
양지는 5대5 험지는 8대2로 경선 방식 나누기로
경선 방식은 전국을 두 개 권역으로 나눠 진행한다. 1권역은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과 인천, 경기, 광주, 전북, 전남, 대전, 세종, 충북, 충남, 제주로 당원 20% 일반 국민 여론조사 80%를 반영한다.
2권역은 서울 강남, 서초, 송파, 강원, 부산, 울산, 경남, 대구, 경북으로 당원 50%에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가 적용된다. 장 사무총장은 "1권역은 우리가 열세거나 힘든 지역이기도 하고 당원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관위 결정은 한 비대위원장이 '이기는 공천'과 '헌신'을 강조하면서 경쟁력 없는 중진의 물갈이 비율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인요한 혁신위원회는 현역 의원 평가 후 하위 20%에 대한 공천 배제를 요구했다. 당무감사위원회는 204곳 당협위원장 중 46곳(22.5%) 컷오프를 권고한 상태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현역 124명 중 54명이 불출마, 컷오프, 경선 패배 등으로 교체돼 물갈이 비율이 43.5%였다. 대구·경북(TK) 지역은 당시 현역 의원 20명 중 12명이 불출마·컷오프로 교체 비율이 60%였다. 부산·경남(PK) 지역도 현역 26명 중 14명(53.8%)이 교체됐다.
다만 영남권을 대상으로 일률적인 물갈이에 대한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주호영·윤상현·권성동 의원 등 당 중진들이 공천에서 탈락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바 있다.
한 영남권 중진 의원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지금까지 일률적 물갈이 공천이 성공한 적이 없고 우리 정치가 나아진 게 없다"고 비판했다.
공관위원에 국민의힘 친윤 의원들 사이에서도 '찐윤'으로 불리는 이철규 의원이 선임된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 공관위원장은 이를 의식한 듯 공관위원인 이철규 의원과 장 사무총장은 공천룰에 적용받지 않고 경선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천 후보자 신청 접수는 오는 29일부터 내달 3일까지 6일간이다. 공천을 신청할 때 금고 이상의 형 확정 시 국회의원 세비 전액 반납 서약서, 불체포 특권 포기 서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아울러 20대 청년 후보자는 경선 비용 등을 무료로, 30대 후보자는 35세부터 50% 할인을 받는다.
공관위는 매주 화요일 회의를 연다는 계획이다. 단수 공천이나 전략 공천 지역은 후보 면접까지 모두 끝낸 후에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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