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직접 구성한 비대위가 13일 출범 보름을 맞는다. 한 비대위원장은 그간 전국을 순회하며 스킨십을 늘리고 당 내부에는 희생과 헌신을 집중해왔다.
정치권에선 가는 곳마다 인파를 몰고 다니는 한 비대위원장이 팬덤을 넘어 정치인으로서 성공하기 위해선 총선을 앞두고 강한 당 장악력을 바탕으로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신선함·사이다 행보로 한동훈 팬덤 형성
정치권에 따르면,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팬클럽인 '위드후니'의 회원 수는 이날 기준으로 1만7000명을 넘어섰다. 한 비대위원장의 일정, 관련 기사, 응원 메시지 등 게시글도 매일 수백건씩 올라오고 있다.
한 비대위원장이 취임 이후 대전, 대구, 광주, 청주, 수원, 원주, 창원, 부산 등 전국을 누빌 때도 팬카페 회원들은 일정을 공유하며 직접 지역을 찾았고, 당 지지자 등과 얽혀 현장은 늘 아수라장이 됐다.
한 비대위원장의 최대 강점이 '신선함'에다가 법무부장관 시절 더불어민주당의 공세를 막아내고 오히려 민주당 의원들을 당황시키는 등 여당 지지자에겐 '사이다' 같은 행보를 보이면서 지지를 얻었고,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 가는 곳마다 인파를 몰고 다니는 것이다.
실제 지난 10일 부산 일정 소화 후 당내 의원들과의 만찬이 비공개였음에도 일부 팬카페 회원과 유튜버들이 미리 식당에 자리를 잡아 만찬 전체가 생중계되는 일도 있었다. 정치권에선 이를 두고 한 비대위원장이 팬덤 정치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강단대로 당을 쇄신해 총선에 나서야만 진정한 대권주자로 거듭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개딸 사당화 논란 이재명, 당 분열 초래
과거 V3라는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 개발자, KAIST·서울대 교수를 지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 '신드롬'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팬덤을 형성했으나 강력한 리더십보단 번번이 양보의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개딸(이 대표 극성 지지자) 사당화', '팬덤 정치' 논란으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비명계 일부가 총선을 앞두고 탈당을 선언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국민과 같은 길을 가지 않고 역행한다면 총선 승리에서 멀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적 측근으로 정부의 초대 법무부장관을 지내고 집권당 최고 자리에 오른 한 비대위원장의 최대 약점은 정치권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권 내부에선 한 비대위원장이 강력한 당내 장악력으로 이 같은 약점을 최소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총선에서 승리하고, 나아가 차기 '원톱' 대선주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통령실과의 관계 설정도 과제다. 이번 총선 승리를 위한 당 공천관리위원회에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찐윤'(진짜 친윤)이라고 불리는 실세 이철규 의원이 포함된 것을 두고 김기현 대표 체제에서 변화가 없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주당이 '쌍특검'(김건희 여사·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 표결을 미루면서 국민의힘 내부 이탈표를 기대하고 있는 만큼 정당한 공천이라고 해도 이른바 윤심 공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현역의원 등 탈락자들의 반발이 심할 것이라는 우려다.
그러나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 11일 부산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당을 이끌고 있는 건 저"라며 "공정한 공천, 설득력 있는 이기는 공천을 할 것"이라고 정면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비대위원장이 공천관리위원장 선임 이후 '당을 이끄는 건 나다'라고 얘기했다"며 "그 말이 딱 맞다. 한 비대위원장이 갖고 있는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약점 정치 경험 無, 당 장악력이 관건
국민의힘 일각에선 한 비대위원장이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비대위원장 취임 일성으로 총선 불출마를 내건 것도 지지층이 바라는 '여의도 문법'이 아닌 국민을 바라보고 낸 메시지라는 것이다.
한 비대위원장이 전국 순회 중 해당 지역과의 연고를 강조하며 지지자의 호응을 끌어낸 것도 정치 신인이 당 내부를 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기 전 전국적 인지도를 보여주며 희생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 2일 당 대구·경북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대구는 저의 정치적 출생지 같은 곳이다"라고 말했고, 지난 10일엔 부산을 찾아 "저는 부산을 너무나 사랑한다"며 "사직구장에서 롯데 야구를 봤다"고 말했다.
특히 부산 의원들과의 만찬 자리에 '1992'라고 쓰여 있는 맨투맨을 입었다. 1992년은 부산 연고 프로야구팀 롯데 자이언츠가 마지막 우승을 거둔 해로 부산 시민들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재명 대표의 피습 후 헬기이송으로 촉발된 부산 패싱 논란 속 벌어진 민심 파고들기에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비대위원장이 입은 맨투맨 같은 경우 젊은 감각이지 않냐. 어찌 보면 젊은 세대에겐 평범한 옷인데 우리 정치권에서는 그렇게 입는 게 '쇼' 같이 보인다"며 "그런데 (한 비대위원장 같은 정치인이) 입어도 어색하지 않다. 완전히 새로운 세대교체 느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한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 당 내부 인사들은 험지였던 수도권에서 변화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 국민의힘 수도권 당협위원장은 "총선에서 국민이 기대하는 건 변화와 희망이다. 윤석열 정부 성공을 바라는 당원이나 지지자도 간절히 열망하는 것"이라며 "한 비대위원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누구보다 희생과 헌신을 통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길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비대위원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총선을 치르는 것이니 (한 비대위원장이 당 중진을 향해) 그 길로 함께 나아가자고 해야 한다"며 "새 지도부 출범 후 이맘때면 실언 등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런 게 없고 변화하고 혁신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체감이 될 정도로 수도권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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