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후보자 검증 시스템이 또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에는 1억원대 사기 혐의로 기소된 예비 후보자에게 적격 판정을 내려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2일 민주당에 따르면, 경기 의왕·과천시 지역 출마를 준비 중인 이은영 예비후보자는 지난 26일 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로부터 심사 적격 판정을 받았다. 해당 지역은 이소영 민주당 의원 지역구다.
이 후보자는 사기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일보가 공개한 공소장 내용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지난 2017년 4월 피해자 A씨에게 전화해 "국세가 체납돼 부동산에 강제경매 절차가 시작될 것 같다"며 "운영하는 회사가 잠시 어려운 상황이니 돈을 빌려주면 1년 이내에 상환하겠다"고 말하며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
이 후보자가 이렇게 갚지 않은 돈은 총 1억2588만원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이 후보자가 운영했던 리서치 업체가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지 못했던 점 등을 감안해 돈을 빌리더라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보고 지난해 3월 기소했다. 오는 3월 14일 수원지법 안양지원에서 4차 공판이 예정돼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 후보자가 지난 4일 연 출판기념회에 축전을 보내 "이은영 소장의 '여론보다 민심, 데이터 읽는 여자'에는 국민의 말씀을 소중히 듣고 실행하려는 정치가 있기에 나라를 위해 이 책을 시작으로 새로운 희망의 문이 열리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이 후보자는 매체에 "형사 기소가 된 뒤 선거에 나오기 전 A씨와 이 문제를 정리하자고 합의했고, 받은 돈의 일부도 상환해 원만히 해결 중"이라며 "이런 내용이 검증위에서 소명돼 적격 판정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12일 본지에 이 후보자가 적격 판정을 받은 것과 관련 "이 후보자가 재판 중인 사실을 알고 있었고 소명도 받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 외에도 재판이 진행 중인 총선 예비후보자들에게 적격 판정을 내렸다.
민주당이 지난 11일 발표한 검증 통과자 명단에는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백현동 의혹, 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의 이름이 올랐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에 연루돼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선거법 위반 혐의)을 선고받은 황운하 의원도 적격 판정을 받았다.
아울러 6000만원대 뇌물 및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노웅래 의원도 검증을 통과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22년 12월 법무부장관 시절 국회에서 노 의원 체포동의안을 설명하며 "돈 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도 녹음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동훈 위원장과 채널 A기자의 통화 녹취록을 거짓으로 꾸며내 KBS 기자에게 전달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신성식 전 수원지검장도 적격 판정을 받았다.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사건을 수사했던 신 전 검사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책 '진짜 검사' 출판기념회에서 "탈탈 털었는데 먼지 한 톨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성추행 논란으로 21대 총선에서 공천 배제됐던 정봉주 전 의원도 검증을 통과했다. 그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정 전 의원은 비명계인 박용진 의원 지역구 출마를 노리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과거 고문치사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받은 정의찬 당대표 특보에게 총선 후보 적격 판정을 내렸다가 논란이 일자 '부적격'으로 번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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