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찾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청년안심주택' 공사현장. 지하철 1·9호선 환승역인 노량진역 9번 출구에서 빠져나와 현대화된 노량진수산시장을 지나 7분여를 걷자 가건물옆 공사현장이 드러났다.
포크레인 여러 대가 흙을 파고 있었고 거대한 타워크레인이 거대한 기둥을 들어올린 후 땅 속에 파묻고 있었다. 인부들도 연신 흙막이 공사에 열중이었다.
이 곳은 당초 육류도매업 중견기업인 케이미트의 본사가 위치하던 곳이다. 케이미트는 2016년 550억원 가량을 투입해 이 자리를 호텔로 탈바꿈시키려 했다. 이 무렵 모회사인 한일사료가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지원하는 계획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호텔 개발은 이뤄지지 않았고 당시 서울시가 추진하는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사업인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개발 방향을 틀었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서울시가 지하철역에서 직선거리로 350m 이내에 있는 토지에 대해 용적률과 규제 완화 등 혜택을 주는 대신 청년 등을 위한 임대주택을 짓도록 하는 사업이다.
오세훈 시장 취임 후 '청년안심주택'이란 이름으로 변경됐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16년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도입했지만 집값상승, 청약경쟁, 전월세난 등으로 주거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2030세대들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오 시장 역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오히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청년안심주택을 2030년까지 12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임대료는 단지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공공임대는 주변 시세의 30~50%, 민간임대는 75~95% 수준으로 책정했다.
자격은 19~39세 이하 무주택 대학생, 청년 뿐 아니라 (예비)신혼 부부도 가능하다. 최대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게다가 서울시는 주거의 쾌적함과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 1인 가구 최소 주거면적을 기존 전용 20㎡에서 23㎡로 넓혔다.
2020년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울 청년안심주택은 지난해 4400여 가구가 입주하고 올해는 약 2배에 달하는 8200가구의 물량이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수요가 높은 신설동, 사당동 등 서울 도심 역세권이다.
이날 찾은 노량진역 청년안심주택 역시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청년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된다. 지하 7층~지상 43층에 총 840가구 규모다. 이중 공공임대가 418가구, 민간임대 422가구로 구성돼 있다.
케이미트는 대지면적의 50%를 기부채납해 공공성을 높이는 대신 용적률 인센티브, 역세권 범위 완화 등의 혜택을 얻었다. 그 덕에 당초 5층에 불과했던 사옥건물이 43층의 초고층 아파트 2개동으로 바뀐 것이다.
무엇보다 공공임대와 민간임대를 구별짓지 않고 섞어놓아 차별을 없앤 것이 특징이다. 1인세대 전용 25㎡이상, 2인세대 전용 45㎡이상으로 주거면적을 확대했고 신혼부부용 전용 59㎡ 평형을 만들어 다양한 거주욕구를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수납공간은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실생활에 필요한 필수 가전·가구를 기본 빌트인으로 무상 제공한다. 저층부에는 아이가 있는 신혼부부 세대를 위한 어린이집, 어린이놀이터를 주민공동시설로 조성할 예정이다.
공공임대주택은 서울시에 기부채납해 향후 임대주택으로 활용되고 민간임대주택은 10년간 임대후 분양전환해 매각한다. 이 사업은 케이미트가 주축이 된 노량진케이미트대한제4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리츠)가 맡았다.
리츠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케이미트가 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케이미트 30%, 주택도시보증공사(HUG) 70% 지분구조로 돼 있다. 케이미트가 갖고 있는 땅을 리츠에 판 뒤 리츠에 출자해 장기적으로 배당 수익을 얻는 구조로 풀이된다.
서울시가 2021년 처음 사업을 추진할 때 공공기여를 통해 총 대지면적의 50%를 기부채납 받아 공공성을 최대로 확보한 사례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을 만큼 가장 대표적인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사업으로 손꼽힌 이유다.
다만 아쉬운 점은 2021년 사업 추진 당시만 해도 2022년 사업 승인후 3년여의 공사기간을 거쳐 2025년 9월 입주 예정이었다가 최근 2027년 7월쯤으로 2년여간 미뤄졌다는 점이다. 청년들의 유동인구가 많은 노량진역 인근이어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장에서 들은 현재 공사진행률은 5.2%에 불과하다. 2022년 2월 주택건설사업계획이 승인됐지만 HUG 기금출자 심의에 7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이후 시공사로 한신공영이 선정됐고 지난해 1월에서야 임대리츠 영업인가가 났다. 결국 공사 준비기간만 1년여의 시간이 허비된 것이다.
이후 서울시로부터 지난해 3월 굴토·구조안전 전문위원회 심의가 났고 4월 철도보호지구 행위신고(국가철도공단), 5월 공사안전관리계획 심의(국토부 국토안전관리원) 끝에 지난해 6월에서야 착공에 들어갔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2년여가 미뤄진 셈이다.
해당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리츠 관계자는 "계획된 일정에 따라 적기에 주택을 공급해 양질의 청년주택 공급이라는 국가정책에 기여하고자 공정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정부 기관이 출자해 진행하는 주택사업으로 엄격한 자금관리를 통해 사업비를 조달하고 있어 사업 진행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만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인데 실무에서는 절차가 너무 까다롭다"면서 "물론 안전하게 공사를 진행하기 위한 과정인 건 알지만 원활하게 사업이 진행되려면 실무에서의 행정 절차상의 지원도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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