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2024년 새해를 맞아 "국민이 신속하게 재판 받을 권리를 실현하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2일 오전 대법원 청사에서 시무식을 열고 새해 업무를 시작하는 인사말을 전했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 본연의 사명이자 존재 이유는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실현해 실질적인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것"이라며 "우리 모두 초심을 다잡고 심기일전해 본연의 임무를 완수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사건이 아무런 이유 없이 방치되는 것은 아닌지 늘 불안해하는 당사자의 심정을 헤아리고 공감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가능한 신속하게 첫 기일을 지정하고 절차에 대한 예측 가능성과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일의 공전을 방지하고 변론종결일로부터 판결 선고기일이 너무 늘어지지 않도록 사건 관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며 "특별한 사유 없이 변론이 재개돼 당사자에게 불필요한 오해와 억측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대법원장은 "헌법 정신에 따라 구속과 압수·수색 제도를 개선해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실체적 진실 발견을 조화롭게 구현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증거의 구조적 불균형이 불공정한 재판 결과로 이어지지 없도록 '증거수집제도'를 개선해 반칙과 거짓이 용납되지 않는 법정을 만들겠다"며 "국민의 건전한 상식에 부합하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양형 실현에도 정성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조 대법원장은 헌법과 법률에 입각한 공정한 재판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는 "누구나 수긍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갈라진 사회를 통합하는 지름길"이라며 "법관마다 일관성 없는 판결에 대해 국민의 비판과 불신이 자리 잡지 않도록 합리적으로 논증하고 설득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법정에서 당사자에게 보내는 시선이나 사소한 언행 하나하나에도 치우침이나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세심히 살필 것"이라며 "누구에게나 균등한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당사자로부터 공정한 심판자라는 두터운 믿음을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2024년 새해 사랑하는 법원 구성원 각자 자신도 이로울 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이롭게 하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마음으로 모두가 화합하고 상생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이하는 조 대법원장의 시무식사 전문
존경하는 사법부 구성원 여러분!
202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푸른 용의 해' 인 갑진년(甲辰年)은 새로운 시작과 희망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여러분 모두 가슴에 품은 꿈과 소망을 이루는 가운데, 사법부도 국민의 삶에 희망으로 가다서는 뜻깊은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취임 후 첫해를 시작하면서 여러분과 함께 사법부가 올 한 해, 한마음 한뜻으로 만들고 나아가야 할 '사법부의 길'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사법부 구성원 여러분!
사법부 본연의 사명이자 존재 이유는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실현해 실질적인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국민의 생명과 신체 그리고 재산을 수호하는 것입니다. 사법부 구성원 모두는 이러한 사명감을 가지고 법원에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우리 모두 초심을 다잡고 심기일전해 본연의 임무를 완수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재판은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권력이나 여론의 압력에 흔들리지 않는 불굴의 용기와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객관적인 눈으로 균형 잡힌 판단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치열하게 다투는 재판에서 누구나 수긍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갈라진 사회를 통합하는 지름길입니다. 법관마다 일관성 없는 판결에 대해 국민의 비판과 불신이 자리 잡지 않도록 결론에 이르게 된 과정을 합리적으로 논증하고 설득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재판은 내용뿐 아니라 그 형식도 매우 중요함을 명심해야 합니다. 법정에서 당사자에게 보내는 시선이나 사소한 언행 하나하나에도 치우침이나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세심히 살펴야 합니다. 누구에게나 균등한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당사자로부터 공정한 심판자라는 두터운 믿음을 얻어야 합니다. 법정 밖에서도 항상 언행을 삼가고 절제함으로써 언제 어디서나 법원 구성원으로서의 존엄과 품위를 유지해 주시기를 당부합니다.
친애하는 사법부 구성원 여러분!
헌법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헌법 정신에 따라 인신 구속과 압수·수색 제도를 개선하고 적정하게 운용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실체적 진실 발견을 조화롭게 구현하겠습니다. 증거의 구조적 불균형이 불공정한 재판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증거수집제도'를 개선해 반칙과 거짓이 용납되지 않는 법정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이와 함께 양형 기준을 확충하고 지속적으로 점검·보완해 양형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국민의 건전한 상식에 부합하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양형 실현에도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분쟁을 바르게 해결하려면 사안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시에 올바른 결론을 제시할 수 있는 법관과 법원의 전문적인 역량과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전문법관 제도를 확대하고, 전문성이 고려된 인사와 사무 분담 기준을 확충하겠습니다. 가정법원과 회생법원을 확대 설치하고 그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소년과 가정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민이 효과적으로 자립하는 데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특허법원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법원으로 계속 발전하도록 필요한 지원을 하겠습니다. 새로운 유형의 전문법원 설치도 적극 검토하고 관계 기관과 소통하겠습니다. 가사소송과 행정소송 절차를 정비하는 데에도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사랑하는 법원 구성원 여러분!
법원의 업무 부담이 과중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 분쟁에 처한 국민이 하루 빨리 송사의 고통과 부담에서 벗어나 생업에 전념하도록 돕는 일도 주권자와 헌법이 사법부에 명한 중요한 책무임을 우리는 절대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동안 법원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판 지연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이 신속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실현하는 일에 올 한 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자신의 사건이 아무런 이유 없이 방치되는 것은 아닌지 늘 불안해하는 당사자의 심정을 헤아리고 공감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가능한 신속하게 첫 기일을 지정하고 당사자와 함께 사안에 맞는 사건 처리 계획을 실천함으로써 절차에 대한 예측 가능성과 신뢰를 높여야 합니다. 기일의 공전을 방지하고 변론종결일로부터 판결 선고기일이 너무 늘어지지 않도록 사건 관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특별한 사유 없이 변론이 재개돼 당사자에게 불필요한 오해와 억측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법원장이 중심이 돼 장기 미제 사건 처리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각급 법원의 실정에 맞는 사무 분담 장기화를 통해 심리의 단절과 중복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재판 지연에 대한 다양한 해법을 개발·실시하고 그 결과를 다른 법원 구성원들과 활발히 공유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쟁점이 많지 않은 사안은 판결서를 간이로 작성하고, 법률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조정위원회를 구성·활용해 조정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등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함으로써 재판의 신속성과 충실성을 조화롭게 추구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와 함께 법관 및 재판 연구원 증원 등 인적 여건을 개선하고, '법조일원화 시대'에 전문성과 경륜을 갖춘 높은 자질의 법조인들이 법관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지반을 마련하는 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법원 인력을 보강하고 인사적체를 해소하며 전문성을 강화하는 등 법원 공무원의 사기와 역할 및 업무 의욕을 높이는 방안도 강구하겠습니다.
법원 구성원 여러분!
법원은 국민이 보다 가깝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편안하고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곳이 돼야 합니다.
국민이 법원을 오가는 데에 많은 시간을 요하거나 법원 이용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등을 두루 살펴, 필요한 곳에 각급 법원을 신설하거나 시설을 확충하는 일에 적극 나서겠습니다.
국민이 판결서 등 사법 정보에 쉽게 접근하도록 문턱을 과감히 낮춰 국민과 긴밀히 소통하는 기반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국민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알기 쉬운 법률용어'로 판결서를 작성하는 것은 재판 결과의 설득력을 높이고 법치주의를 실현하는 데 필수 불가결한 조건입니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어 꾸준히 실천하겠습니다.
국민의 기본권과 재판받을 권리를 충실히 보장하기 위해 우리는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 기술과 사회 변화의 흐름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이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법원의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영상재판을 더욱 활성화해 국민이 직접 출석하는 시간과 비용의 부담을 줄이고, 편리하고 충실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하겠습니다.
'차세대전자소송'과 '형사전자소송' '미래등기시스템구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장애인, 외국인 등 사회적 소수자가 소외됨이 없도록 쉽고 편리한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일에도 세심한 주의와 정성을 기울이겠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법부 구성원 여러분!
법원이 여러분에게 안전하고 신명 나는 일터가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또 어제 어디서든 구성원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의견을 경청하겠습니다. 성차별 없는 직장 문화를 확립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일에는 아낌없이 후원하겠습니다. 국민의 위한 독립된 법원으로 바로 서기 위해 예산과 법률에 관한 사법부의 의견이 최대한 존중되는 관행과 제도를 만드는 일에도 적극 나서겠습니다.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사법부로 나아가는 험난한 길에 함께 해 주실 여러분이 있기에 마음이 든든합니다. 2024년 새해, 사랑하는 법원 구성원 각자, 자신도 이로울 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이롭게 하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마음으로 모두가 화합하고 상생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항상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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