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송 전 대표는 검찰을 과거 육군 내 비밀 사조직 하나회에 빗대 맹비난하며 묵비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오전 8시25분쯤 검찰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은 정치적 기획 수사를 해오고 있다"며 "저에 대한 증거 조작이 제대로 안 되니 제 주변 사람 100여명을 압수수색·소환해 별건 수사에 올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이 100여회의 압수수색으로 꾸며낸 증거를 법정에 제출하면 법정에서 (혐의에 대해) 다툴 것"이라면서 "오늘 조사에선 묵비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사의 피의자 신문조서는 피고인이 그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능력이 없다"며 "검사 앞에 가서 아무리 억울한 점을 해명해 봐야 실효성이 없다. 판사 앞에 가서 (해명을) 하겠다"고 했다.
특히 그는 '서울의 봄' 영화를 언급하며 "당시 무능한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우유부단한 장군들이 한 줌밖에 안 되는 하나회 사조직에 의해 완전히 무력화됐다"면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조직화된 윤석열 특수부 하나회 세력에 무너지고 있다. 암세포처럼 국가기관을 장악한 검찰 하나회가 민주공화국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고 강변했다.
검찰은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4월28~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외교통일위원회 소회의실과 의원회관에서 윤관석 무소속 의원이 현역의원들에게 300만원씩 든 돈봉투 20개를 살포하는 과정에 송 전 대표가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 조달과 공여에 관여한 측근들은 이미 재판에 넘겨졌다. 전달자로 의심받는 윤관석 의원은 돈봉투 20개를 보관한 사실을 이미 법정에서 인정했다.
검찰은 지난달 돈봉투 수수 의혹을 받는 현역 의원들 중 임종성·허종식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송 전 대표 조사를 어느정도 마친 뒤 수수 의원들에 대한 소환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법정에선 송 전 대표에 대한 불리한 진술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현금 5000만원을 조달한 스폰서 사업가 김모씨가 "송 전 대표가 캠프 해단식에서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고 증언을 했다. 전직 보좌관 박용수씨에게 돈을 전달한 것을 송 전 대표가 알고 있었다는 취지다.
이에 앞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은 돈봉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가 지역본부장에 대한 (돈봉투 살포) 얘기를 처음 꺼냈고, 이후 윤관석 의원이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돈봉투를) 건네는 것을 제안했다"고 증언했다. 돈봉투를 받은 현역 국회의원의 실명도 거론했다. 이 과정에서 사건의 최대 수혜자인 송영길 전 대표도 돈봉투 살포를 알고 있었다는 취지의 녹취록이 나왔다.
2021년 3월30일 녹취록에는 "강래구 전 감사가 이성만 의원이 구한 돈을 나눠준 것에 대해 송 전 대표에게도 말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역시 "(강 전 감사가) 그렇게 말했다고 이야기한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 밖에 이 전 사무부총장은 강 전 감사 지시에 따라 조직본부 관련 보고서를 작성했고, 일부를 송 전 대표에게 텔레그램으로 전달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송 전 대표는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 연구소'(먹사연)를 통해 불법 정치자금을 조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수사를 확대한 검찰은 송 전 대표가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 측으로부터 폐기물 소각장 확장과 관련, 인허가 문제를 해결해주는 대가로 먹사연을 통해 약 4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1월20일 돈봉투사건 재판에서 송 전 대표 보좌관 출신 박용수 씨를 증인신문하는 과정에서 돈봉투 수수자로 민주당 의원 21명을 지목한 바 있다.
당시 공개된 명단에는 '김남국·김병욱·김승남·김승원·김영호·김회재·민병덕·박성준·박영순·박정·백혜련·안호영·윤관석·윤재갑·이성만·이용빈·임종성·전용기·한준호·허종식·황운하' 의원의 이름이 올랐다.
검찰은 이번 조사를 통해 돈봉투를 수수한 것으로 의심되는 민주당 의원들의 혐의를 뚜렷이 확인하고 강제수사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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