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각 및 대통령실 개편으로 윤석열 정부 인사의 총선 출마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들의 행선지를 놓고 당에서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정부 요직을 지낸 만큼 희생하는 모습으로 총선 판에 쇄신을 일으켜야 한다는 당내 기대감이 높지만, 대부분 영남 등 양지로 달려가는 모양새다.
지난 4일 개각 명단에 포함된 6명 장관 중 험지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유일하다. 서울 양천갑에서 3선 의원을 지낸 원 장관은 “어떤 희생이라 할지라도 마다치 않고 솔선수범하겠다”며 내년 총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마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계양을은 단독 선거구가 된 16대 총선 이래 한 차례 보궐선거(18대)를 빼고 모두 민주당이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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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박 터지는 곳은 경기 성남 분당을이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과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분당을은 현재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재선한 지역이지만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이 16~18대 내리 3선을 지낸 곳으로 원래 보수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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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환 해양수산부장관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오징어 생산업계 지원을 위한 민·당·정 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최근엔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분당을 집안싸움에 가세할 가능성이 높다. 비례대표 출신인 이 장관은 현재 거주 중인 서울 서초을 출마가 점쳐지곤 했는데, 한 여권 관계자는 “이 장관이 최근 당 지도부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력과 스타트업 기업이 몰린 분당과의 연관성을 어필한 것으로 안다. 분당을이 김은혜·박민식·이영 3파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양지를 지향하는 것은 대통령실 출신도 비슷하다. 서울 마포갑에서 초선 의원을 지낸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은 내년 총선에서 방향을 틀어 고향인 충남 홍성-예산을 겨냥하고 있다. 홍성-예산은 같은 당 홍문표 의원이 내리 4선을 지낸 곳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곳이다.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도 고향인 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 출마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당 박형수 의원이 현 지역구 의원이다. 안상훈 전 사회수석은 출신 학교(현대고)가 있는 서울 강납갑 출마를 희망한다고 한다. 현재 강남갑 의원은 태영호 의원인데, 태 의원은 최근 “험지 가라면 내려놓고 백의종군하겠다”라며 강남갑 불출마를 시사했다.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왼쪽),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뉴시스
여권의 시선은 곱지 않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대통령실 인사들은 모두 양지를 찾아 떠난다”며 “다가오는 엄동설한을 어찌할꼬”라고 썼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당에선 총선 승리를 위한 희생이란 키워드가 중심으로 떴는데, 꽃길을 걸은 사람들이 또 꽃길을 걸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다른 의원도 “중량감 있는 인사가 자객 출마를 자처해도 모자랄 판에, 텃밭 팀킬 소식만 들려오니 씁쓸하다”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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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 찾아 떠나는 양두구육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