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 계파 갈등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재점화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대의원제 축소 기조를 이어가는 친명(친이재명) 지도부를 향해 비명(비이재명)계의 반발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불법 자금 수수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법원은 지난달 30일 김 전 부원장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6억원과 뇌물 7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인정하며 징역 5년에 벌금 7000만원을 선고했다. 판결문에는 김 전 부원장이 받은 돈이 '이재명 대선 캠프'로 흘러갔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내용이 적시됐다.
민주당은 그동안 이 대표가 "내 분신(分身)"이라고 불렀던 김 전 위원장의 결백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유죄 판결이 나오자 민주당은 '우리 사안이 아니다'라고 일축했고, 비명계는 방탄정당 이미지가 고착화되는 등 당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게 됐다.
김종민 의원은 지난 1일 CBS 라디오에서 김 전 부원장 판결과 관련해 "이 대표도 '내 측근이다. 그리고 정치 보복이다. 이번에도 한 번 두고 보자' 이렇게 이야기를 했는데, 이런 자세가 방탄이다. 이 방탄 기조를 유지할 것인지, 말 것인지 판단을 해봐야 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KBS 라디오에 나와 "민주당 입장에서 굉장히 악재로서 작용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이재명 대표와 직접적 연계성을 어떻게 밝혀낼 것인가 하는 것은 검찰의 몫"이라고 했다.
최근 신당 창당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공개 저격하고 나섰다.
이 전 대표는 SBS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당장 일주일에 며칠씩 법원에 가는데 '이런 상태로 총선을 치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은 당연히 함 직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거취에 대해선 "당에서 중지를 모으고 결단할 것은 결단해야 한다"며 사퇴가 필요하다는 듯한 말을 남겼다. 친낙(친이낙연)계 원외 인사 모임인 '민주주의실천행동'은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전원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친명계는 김 전 부원장 판결이 이 대표 거취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뚜렷한 물증도 없고 유동규의 진술에만 매달린 검찰 기소는 누가 봐도 명백한 정치 기소"라며 "명백한 퇴행"이라고 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상당수 국민들이 정치 탄압이고 정치 보복이라고 본다. 이 대표가 재판을 받으러 다니는 모습 자체가 총선에 불리한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계파 갈등의 또 다른 뇌관은 '전당대회 룰'이다. 민주당은 최근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 반영 비율을 20대 1 미만으로 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기존 대의원 1명의 표가 권리당원 60명의 표와 같은 영향력을 했는데, 이를 조정해 권리당원 표의 가치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친명계가 주장해온 대의원제 폐지 혹은 축소와 궤를 같이 한다. 실제로 이 대표와 친명 지도부가 이를 밀어붙인 셈이다.
비명계는 즉각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것을 우려하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차기 당 지도부 자리를 또 다시 친명계가 차지하려는 포석이라는 의심도 나왔다.
이과 관련해 이원욱 의원은 "이 대표의 당대표 재선 도전을 위한 길을 열어주기 위함인가"라고 했고, 김종민 의원은 "이 대표가 다음 전당대회에 또 나오려고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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