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대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술에 취해 운전 중이던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해당 장면이 촬영된 블랙박스 영상을 지우게 한 이 전 차관의 혐의가 인정된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3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운전자 폭행과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차관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전 차관은 2020년 4월까지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법무실장을 지냈다. 문 전 대통령은 2020년 12월 그를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했다.
그는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되기 약 한 달 전인 2020년 11월6일 술에 취해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중 택시기사 A씨의 멱살을 잡고 밀치는 등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술에 취해 잠든 상태였던 이 전 차관을 깨웠는데, 이 전 차관이 자신을 폭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차관을 기소한 검찰은 지난해 3월22일 2차 공판에서 범행 당시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영상에는 이 전 차관이 A씨의 목을 잡으며 "시XX의 X끼 이거" "이런 개X끼 이거. 너 뭐야" 등 폭행·폭언을 한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당시 이 전 차관은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두 눈을 감고 있었다.
또 이 전 차관은 증거인멸교사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전 차관은 사건 발생 이틀 뒤인 11월8일 A씨에게 합의금 1000만원을 건네며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 등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지난해 8월25일 1심 재판부는 교통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점,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은 점 등을 유리한 양형 요소로 참작해 이 전 차관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은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멈춘 택시 안에서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기사를 폭행한 이 사건 운전자 폭행 범행은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피고인은 형사처벌을 면하거나 감면받으려 증거인멸을 교사해 형사사법 절차에 위험성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전 차관은 형량이 무겁다는 이유로, 검찰은 형량이 가볍다는 이유로 각각 항소했다. 특히 이 전 차관 측은 1심과 마찬가지로 증거인멸교사 혐의와 관련해 무죄를 주장했다.
지난 3월9일 2심 재판부는 경찰 조사를 앞둔 택시기사 A씨가 이 전 차관의 전화를 받고 영상을 삭제한 점 등이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를 기각했다.
형법 제155조 제1항은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한 증거를 사용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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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차관은 윤석열(현 대통령) 전 검찰총장 징계를 위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인물이다.
2020년 12월2일 문 전 정부는 고기영 전 법무부 차관이 사퇴한 지 하루 만에 속전속결로 좌파 성향 판사 출신인 이 전 차관을 법무부 차관 자리에 임명했다. 당시 고 전 법무부 차관은 추미애 장관의 당시 윤 전 총장 징계에 반대하며 사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차관은 좌파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그는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한 바 있다. 지난 2019년 12월에는 추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 당시 준비단장을 맡으며 후보자를 지척에서 보좌했다.
한편, 이 전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지난 2020년 12월19일 보도되자 그는 이틀 뒤 "개인적인 일로 대단히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당시 문 전 정부는 도덕적 문제를 넘어 법적 문제가 불거졌지만 이 사건에 대해 침묵했다. 당시 청와대는 폭행죄로 수사를 받는 이 전 차관 사표를 임명 6개월 만인 2021년 6월 수리하면서도 그와 관련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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