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거나 위성정당을 전제로 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가야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와 위성정당 금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총선 승리를 위해 '현실론'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28일 자신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선거는 승부인데 이상적인 주장,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 있겠는가"라며 "정상적인 정치가 작동하는 사회라면 우리도 상식과 보편적 국민 정서를 고려해 타협과 대화를 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금 이 폭주와 과거로의 역주행을 막을 길이 없다"며 "지금은 국회에서 어느 정도 막고 있지만 국회까지 집권여당에 넘어가면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당내에서 쏟아지는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채택 요구에 사실상 반대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로 내년 총선을 치를 경우 위성정당 없이는 비례대표 의석 확보가 어렵다는 '현실론'에 이 대표 마음이 기운 셈이다. 이 대표는 병립형 비례제 회귀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논의하겠다. 어쨌든 선거는 결과로 이겨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게 되면 이 대표 대선 공약을 파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2월 기자회견에서 "비례대표를 확대하고, 비례대표를 왜곡하는 위성정당을 금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당내 갈등은 격화될 전망이다. 민주당 의원 75명은 28일 '위성정당 방지법'을 공동발의했다. 같은 날 이탄희 의원은 당 지도부에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추진을 촉구하며 험지 출마를 시사했다. "나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혁신계 모임 '원칙과 상식'은 29일 입장문을 내 "선거제 퇴행은 안 된다"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비명(비이재명)계인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29일 페이스북에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는 이 대표의 말은) 선거 승리를 위해서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퇴행으로 가겠다는 얘기"라며 "이재명식 정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21대 총선에서 위성정당 난립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정의당도 이 대표를 직격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대표는 기득권 이익을 포기 못한 현실 타령으로 한국 정치의 위기를 재탕시키는 악수를 두지 말아야 한다"며 "이 대표가 윤석열 정부를 핑계로 퇴행의 뜻을 보이는 것은 스스로 명분 없는 고립을 자초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 다수의원들은 이 대표와 같은 '현실론'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병립형 회귀를 고민하는 의원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 의원 전체의) 반을 넘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 의원은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다당제가 지고지선이다'라고 자꾸 주장하면서 '민주당 의석을 헐어가지고 다른 소수 정당들이 국회에 많이 진출하게 하자'라고 하는 주장을 하는 게 자기모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민주당은 오는 30일 의원총회를 열어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의원들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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