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6일 김규현 국가정보원장, 권춘택 1차장, 김수연 2차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최근 국정원 내부 인사 파동이 언론에까지 적나라하게 보도된 데다 사태 수습 기미가 보이지 않자 윤 대통령이 이날 프랑스에서 귀국하자마자 경질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대북·해외 정보수집을 총괄하는 1차장과 국내정보 및 방첩·대공수사를 총괄하는 2차장을 국정원장과 함께 동시 경질하는 것은 초유의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26일 언론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은 오늘 김규현 국가정보원장, 권춘택 1차장, 김수연 2차장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이어 "신임 1차장에는 홍장원 전 영국 공사를, 신임 2차장에는 황원진 전 북한정보국장을 임명했다"며 "신임 1차장은 당분간 원장 직무대행 역할을 함께 수행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통령실은 "김규현 원장은 정권 교체기에 국가 최고 안보 정보기관으로서의 국정원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우방국 정보기관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또 "신임 1, 2차장은 해외정보와 대북 정보에 잔뼈가 굵은 최고의 전문가들"이라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 내부에선 인사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조상준 기획조정실장이 국정원 내부 인사 문제를 놓고 김 원장과 갈등을 벌인 끝에 임명 4개월여 만에 사직했다.
올해 6월에는 김 원장이 제청하고 윤 대통령이 재가한 국정원 1급 5명에 대한 보직 인사가 일주일 만에 번복된 '1급 인사 파동'이 터졌다. 김 원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국정원 방첩센터장 A씨가 1급 인사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었다.
당시 1급 인사 대상 5명이 모두 A씨와 1990년대 입사한 동기들로 구성되면서 인사 특혜 의혹이 제기됐고, A씨는 결국 국정원을 떠났다. 당시 윤 대통령은 "국가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헌신해달라"면서 김 원장을 재신임했다.
그런데 최근 국정원을 떠난 A씨가 다시 국정원 인사에 개입한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달 초중순경 김 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과 국정원은 "김 원장의 사의 표명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김 원장의 사의 표명 배경에는 권 1차장과의 내부 '파워 게임'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외교부(외무고시 14회) 출신인 김 원장과 국정원 공채 출신으로, 내부 승진을 통해 고위직에 오른 권 1차장 사이 인사 문제로 인한 갈등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외부로 드러났다. 최근 권 1차장은 기업체 관련 문제가 불거져 김 원장의 지시로 직무 감찰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후임 국정원장을 지명하지 않았지만, 후임 국정원장에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육사 38기),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외부 출신보다 국정원 조직 특성을 잘 이해하는 내부 출신 인사가 적합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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