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간) 리시 수낙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다양한 분야 협력을 총망라한 '다우닝가 합의(Downing Street Accord)'를 채택했다.
'다우닝가 합의'는 한영 정상회담이 열린 영국 총리 관저의 별칭(다우닝가 10번지)에서 차용한 것으로, 한영 외교관계 수립 140주년을 맞아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에 걸맞은 협력강화 방안 제시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안보(8개 과제), 경제(26개 과제), 지속가능한 미래(11개 과제) 등 3대 협력 분야 원칙을 제시하고 이행계획을 담았다.
이날 오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영국 총리관저에서 윤 대통령과 수낙 총리 간 한영 정상회담이 열렸다. 윤 대통령이 벤틀리 스테이트 리무진을 타고 관저에 도착하자 수낙 총리와 부인 아크샤타 무르티 여사가 문을 열고 맞이했다.
수낙 총리는 사전환담에서 "윤 대통령님께서 영국에 국빈 방문을 해 주신 것은 영국과 한국 간의 깊은 관계와 우정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늘 우리가 서명하게 될 다우닝가 합의를 통해서 저희들이 그러한 관계를 더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제가 알기로 다우닝가 10번지는 영국의 국왕이 군림하나 통치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세워지고, 영국의 자유당과 보수당의 양당 중심의 의회 민주주의가 자리를 잡기 시작할 무렵에 월폴 경부터 관저로 쓰던 유서 깊은 곳"이라며 "역사적 현장을 오게 돼서 아주 감동"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영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과 수낙 총리는 '다우닝가 합의'에 서명하고 양국 관계를 기존의 '포괄적‧창조적 동반자 관계'에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우선, 국방·방산 분야에서 윤 대통령과 수낙 총리는 양국 간 외교‧국방 2+2 장관급 회의체를 설치하기로 했다. 한국이 외교·국방 2+2 장관급 회의를 설치한 것은 미국, 호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와 함께 국방협력 양해각서(MOU) 추진,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이행을 위한 공동 순찰, 사이버안보 분야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 체결, 방산 공동수출 MOU를 체결하는 등 국방·방산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과학․기술 분야에선 영국과 인공지능, 디지털, 첨단바이오, 우주협력 등 미래를 선도할 첨단 과학기술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디지털 파트너십, 반도체 협력 프레임워크, 우주협력 MOU 체결, 양자기술, 합성생물학 분야 협력, 차기 '미니 화상 AI 안전성 정상회의' 공동 개최 등을 추진한다.
이에 대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미래 산업 분야, 예컨대 양자(퀀텀) 기술, 합성생물학, 뇌과학, AI 기반 신약 개발 같은 바이오 산업에서 양국 간 협력을 더욱 증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에 한영 양국이 AI, 양자(퀀텀)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이면에는 군사전략적 함의도 내포되어 있다"며 "AI와 디지털 기술을 퀀텀 활용 군사기술로 변환하게 되면 퀀텀 센싱, 퀀텀 컨트롤 등을 통해 적 미사일의 발사 시도를 좌절시키거나, 미사일 탄두의 추진과 분리 과정에 오작동을 유발하거나, 미사일의 궤적에 영향을 미쳐 계획된 목표 지점의 타격을 무력화시킬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제 분야에선 한-영 FTA 개선 협상 개시, 한-영 경제금융 대화체 설치, 한-영 상호 투자 협력 채널 구축, 한-영 공급망 대화 개최, 한-영 세관상호지원협정 체결 등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와 경제안보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김 차장은 "양국 정부는 한영 FTA 개선협상을 개시하고 세관상호지원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양국 간 무역을 활성화하며 우리 기업의 진출 기반을 확대하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번 한영 정상회담에선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영국 측 지지를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다우닝가 합의문에는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폐기, 러-북 간 무기 거래 반대, 북한 인권 침해 대응 관련 협력 강화,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 지지 등 양국 합의 내용이 포괄적으로 명시됐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규탄하고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이 국제사회 안보․번영에 필수불가결임을 확인했다.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 관련 민간인 보호와 인도적 지원 및 확전 방지 노력 강조 등 글로벌 안보 현안에 대해서도 양국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지속가능미래 분야에선 청정에너지 파트너십, 해상풍력 MOU 체결, 원전분야 광범위한 협력, 탄소저감장치가 없는 석탄발전소 단계적 폐지, 2050 탄소중립 달성 협력, 전략적 개발 파트너십 체결,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재정기여 증대 등 에너지 분야 협력과 기후변화 대응에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양국은 또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안전한 사이버 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6월30일 체결한 '한-영 양자 프레임워크'에서 사이버 협력을 별도로 구체화하는 것으로, 양국 정상이 체결한 최초의 사이버분야 협력문서다.
북한을 악성 사이버활동의 주체로 명확히 적시하고 공동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고, 랜섬웨어 등 국제적 사이버위협 상황을 합동 분석하고 배후 규명에 노력하기로 했다. 양국간 사이버 훈련 상호 참가 등 실행력도 담보했다.
김 차장은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은 양국 정상 차원에서 채택한 최초의 사이버 협력 문서"라며 "이번 문서로 지난번 미국에 이어 파이브 아이즈 국가들과의 사이버안보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가교가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양국은 2024년부터 한·영 워킹홀리데이 참가자 연령 상한을 기존 30세에서 35세로 상향 조정하며, 대상 인원을 기존 1000명에서 5000명으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대통령실은 "한영 워킹홀리데이 약정 개정을 통해 참가 연령이 상향되고 쿼터도 확대되는 만큼, 양국 미래 협력의 근간이 되는 청년들 간 상호 교류가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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