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하면 탈당, 부인하면 출당"… 사면초가 송영길, 조기귀국 전망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인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른바 '돈봉투 파문'의 핵심 인물로 꼽히면서 당내 압박이 거세지자 조기 귀국할 전망이다.

당 일각에서는 송 전 대표에 대한 출당 조치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제기되는 가운데, 지도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송 전 대표는 오는 22일 프랑스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021년 전당대회 당시 돈 봉투가 오갔다는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힌 뒤 이르면 다음주 초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방문연구교수 자격으로 프랑스로 떠난 그는 원래 7월 귀국 예정이었다.

송 전 대표는 당초 돈 봉투 의혹을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개인적 일탈'로 치부하며 조기 귀국 가능성에 입을 닫았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의원들이 조기 귀국을 촉구하자 돌연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돈 봉투 의혹에 연루된 윤관석·이성만 민주당 의원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자 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를 향한 수사처럼 '정치 탄압'으로 보는 기류가 팽배했다. 이후 언론 보도에서 이 전 부총장과 윤 의원 사이의 녹취록이 공개되고, 송 전 대표가 돈 봉투 살포에 가담했다는 정황이 드러나자 당내 여론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송 전 대표가 지난 19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미소를 띤 모습을 보여 당내 의원들에게 빈축을 샀다. 민주당 지도부 한 관계자는 "송 전 대표가 실실 웃는 모습을 보고 의원들이 부글부글 끓었다"고 전했다.

송 전 대표가 의혹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히는 것과 상관없이 출당시켜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송 전 대표가 당을 나가야 하는 것은 틀림없다. 무조건 나가야 한다"며 "다만 출당이냐 아니면 자진 탈당이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자기가 잘못했다고 제대로 빌면 탈당이고, 잘못한 거 없다 이런 얘기가 나오면 출당이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야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송 전 대표가 정계은퇴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20일 CBS 라디오에 나와 "좀 구질구질하게 안 했으면 좋겠다. '내가 다 책임지겠다' 이래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반면 송 전 대표의 해명을 듣고 출당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당장 급한 불을 끄려고 탈당시키는 것 또한 적절하지 않다"며 "책임이 있으면 그만큼 책임을 져야겠지만 무턱대고 탈당시키는 것도 무자비한 조치다. 송영길을 희생양으로 써먹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2년 전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아 송 전 대표로부터 탈당 권고를 받았던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아직 진상조사도 안 된 상황에서 거취 문제부터 얘기하는 것은 조금 앞서가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무조건 탈당은 안 된다는 것이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사실관계가 확정 안 된 상태에서 거취에 대해 얘기하는 거는 조금 이르다고 생각을 하는데 발견되는 사실관계에 따라서 최대한의 책임은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돈봉투 의혹과 관련 "(민주당 의원) 169명 전체에 대해서 전수조사, 진술조사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며 "지금 설사 강제수사권이 없고 의원들 진술을 받는 것 말고는 다른 조사 방법이 없다고 하더라도 최대한의 진상조사가 일단 먼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도 송 전 대표의 거취 결정에 대해 신중한 모습이다. 민주당은 20일 의원총회에서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촉구하기로 총의를 모았지만 그의 탈당이나 제명과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상황 수습을 위해선 송 전 대표가 먼저 귀국하는 게 먼저"라며 "그 이후에 출당 요구나 이런 게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