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북한이 지난 9일 서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수발을 발사했다. 지난해 선보인 '신형전술유도무기'로 파악되는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는 자신의 별장에서 리설주, 딸 김주애와 함께 미사일 발사 장면을 지켜본 것으로 파악됐다. 내주 한반도 일원에서 실시 예정인 한미연합훈련을 앞두고 무력 도발을 시도,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후 6시20분쯤 북한 남포 일대에서 서해 방향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1발을 포착했다. 이후 합참은 북한이 같은 지역에서 수 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한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추가 입장을 밝혔다. 최초 미사일 포착 이후에도 연속적으로 미사일이 발사됐다는 의미다.
군 당국은 실시간으로 SRBM의 항적을 탐지했으나, 비행시간이 너무 짧아 추가적인 분석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안팎에서는 비행거리가 짧은 신형전술유도무기인 근거리탄도미사일(CRBM)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CRBM은 사거리가 300km 미만인 미사일을 말한다.
CRBM을 낮은 각으로 발사하게 되면 지구 곡률상 직선으로 퍼지는 우리 군 레이더 전파가 닿지 못해 탐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4월16일 북한은 김정은 참관 아래 CRBM 시험발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 미사일의 비행 거리는 약 110km, 정점 고도는 약 25km, 최고 속도는 마하 4.0 이하였다.
북한이 CRBM 사거리인 300km 내에 위치한 서울·경기 등 수도권의 전 비행장을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의미다. 주한미군이 위치한 오산과 수원 등도 해당된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 연구위원은 "CRBM은 단거리탄도미사일에서 세부적으로 300km 이하를 분류한 것"이라며 "북한이 어제 발사한 미사일은 작년에 공개한 '신형전술탄도미사일'인데, 200km 전후로 날아가는 근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전술핵을 운용한다고 언급했는데, 이번에 시험발사한 미사일은 전술핵을 탑재할 크기는 된다"며 "KN-23나 600mm 초대형 방사포처럼 전술핵을 탑재해 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10일 관영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발사 사실을 인정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는 이날 서부전선방면의 적작전비행장을 담당하고있는 군부대관하 제8화력습격중대의 실전대응태세를 판정검열하시였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공개된 사진에는 호숫가에서 총 6발의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으며, 이를 김정은 등이 지켜보고 있다.
신문 등은 "화력습격중대는 적작전비행장의 주요요소를 가상하여 설정된 조선서해상의 목표수역에 위력적인 일제사격을 가함으로써 자기들의 실전대응능력을 자신감있게 과시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는 우리는 최근 들어 더욱더 광란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적들의 각종 전쟁준비책동에 항상 각성하며 언제든 압도적으로 대응하고 제압할 수 있는 강력한 능력을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키워나감으로써 조선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 위험을 철저히 억제해야 한다고 하시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는 이 부대가 맡고 있는 작전임무의 중요성에 대하여 다시금 피력하시면서 관하 화력습격구분대들이 각이한 정황을 조성하고 여러가지 실전가상훈련들을 다각적으로 부단히 강화해나감으로써 첫째로 전쟁을 억제하고 둘째로 전쟁의 주도권을 쟁취하기 위한 전략적2대임무수행에서 최대의 완벽을 기할 수 있게 엄격히 준비되여야 한다고 강조하시였다"고 적었다.
특히 김정은은 이날 자신의 별장(특각)에서 미사일 시험발사를 지켜본 것으로 파악된다. 미사일 발사 지점에 대해 우리 군 당국은 '남포 일대'로 확인됐는데, 평양에서 서쪽으로 30km가량 떨어져 있는 호수 '태성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태성호는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오트를 띄워 여가를 즐겼던 곳으로, 김씨 일가의 별장이 있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정은과 김주애 등이 앉아서 미사일 발사 장면을 지켜보는 장소 주위로 임시 야전지휘소가 차려져 있고, 뒤로 고급형 난간이 있는 모습도 보인다.
북한이 태성호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이유는 역시나 탐지에 혼선을 주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기존에 알려진 지점들이 아닌, 새로운 곳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분석에 어려움을 겪게 하기 위함이다. 태성호는 북한에서 가장 큰 호수 중 하나인데, 호수 한 가운데로 미사일 발사대를 옮겨 기습 발사를 시도했다는 해석이다.
또한, 북한은 미사일을 동시에 요격할 수 있는 한미의 이지스 구축함 등이 주로 동해에 있는 것을 고려한 듯 이번에는 서해 방향으로 미사일을 쏘며 대응 훈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신승기 연구위원은 "전쟁을 억제하고 전쟁의 주도권 쟁취를 위한 전략적 2대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준비한다는 말은 결국 전술핵을 탑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전술핵 탄두를 비롯해, 재래식 탄두, 관통탄, 고폭탄 등 그때그때 사용목적에 맞게끔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고, 이 내용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은 내주부터 실전에 들어가는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 연습에 반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는 오는 13일부터 11일간 한반도 일원에서 20여 개의 야외기동훈련(FTX)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사의 방패(Warrior Shield)'라는 명칭으로 실시되는 이번 FTX는 과거 독수리훈련(FE) 수준인 전구(戰區)급으로 확대됐다.
이와 관련해 이달 말에는 미 해군의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인 '니미츠'(CVN-68, 배수량 약 10만t)가 훈련을 위해 부산에 입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훈련에 따라 추가로 이지스 구축함이나 핵 추진 잠수함의 한반도 진입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의 무력 도발은 지난달 23일 '순항미사일 발사 주장' 이후 15일 만이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전략순항미싸일 발사훈련이 2월23일 새벽에 진행됐다"며 "함경북도 김책시 일대에서 조선 동해로 4기의 전략순항미싸일 '화살-2형'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어 "발사된 4기의 전략순항미싸일들은 조선 동해에 설정된 2000km 계선의 거리를 모의한 타원 및 8자형 비행궤도를 1만208초~1만224초간 비행해 표적을 명중타격했다"고 밝혔는데, 우리 군은 "북이 주장하는 시간에도 다양한 한미 정찰감시자산들이 해당 지역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며 거짓말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3/03/10/202303100008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