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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참사 130여일 지난 이태원… 매출은 3분의 1로 '뚝', 서울시 지원책에 '반색'

뉴데일리

"참사 이후 매출은 '반의 반'으로 줄었죠. 시에서 상품권 홍보를 더 많이 하면 매출이 오를 거라 생각합니다"(편의점 직원)"올해 할로윈데이는 겁나요, 그 일주일이 대목인데 손님이 없을까봐. 그래도 시에서 각종 행사를 진행한다 하니 기대돼요"(일식당 주인)"장사가 안 돼서 업종도 바꿨어요. 상품권 확대와 더불어, 보다 실효성 있는 다양한 정책들이 추진되길 바랍니다"(한식집 주인)

9일 오전 이태원역 2번 출구를 나오자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불이 꺼진 채 운영이 중단된 건물 두 채뿐이었다. 지난해 10·29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골목 일대를 들어서는 출발점인 이 곳은 비 내리는 쌀쌀한 날씨와 함께 스산하고 쓸쓸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가장 먼저 보이는 3층 규모의 술집 창문엔 노란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여져 있었고 내부는 공사를 하고 있어 어떠한 온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맞은 편 식당 역시 온갖 스티커와 스프레이로 얼룩져 있었고 내부엔 박스들만이 나뒹굴고 있어 몹시 어수선했다.

골목을 들어서자 '안전제일'이라 적힌 표지판들이 변두리에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임대'라는 두 글자가 크게 적힌 종이들이 건물 곳곳에 붙여진 모습이었다. 평일 오전임을 감안하더라도 대부분의 식당들은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고, 인적이라곤 공사 노동자 한 두명을 제외하곤 찾아볼 수 없었다.

이태원 상권 침체를 몸소 느끼던 순간, 골목 저 멀리서 제목 모를 팝송이 쩌렁쩌렁 들려 왔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골목과 대비되는 시끄러운 노랫소리에 기괴함마저 들었다. 음악이 들려 오는 곳을 찾아 따라가니 골목 끝자락에 도착했고 거기엔 한 24시간 편의점이 운영을 하고 있었다.

참사 이전부터 약 9개월간 이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다는 아르바이트생 김모씨(남, 21살)는 "참사 이후 매출은 딱 '반의 반' 정도로 줄었다"며 "손님이 평일엔 아예 없고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만 주로 있다. 사장님도 되게 힘들어 보이지만 어떨 수 없으니 장사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골목 상인인 한 일식집 사장(남, 30대)은 "원래 저녁에 이자카야를 운영했었는데 장사가 안 돼서 점심에도 운영을 하고 있다"며 "하루에 200~300만원 이상이던 주말 매출이 지금은 10만원도 안 나온다. 인근 다른 가게들도 여기보다 매출이 훨씬 좋았는데 지금은 모두 문을 닫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장은 "올해는 사실 겁이 난다. 할로윈데이 그 일주일이 대목인데 손님들이 오겠냐"며 "외국인들은 그나마 오더라도 국내 시민들은 안 오고 싶어 하고 가족들도 분명 말릴 것"이라고 낙담했다.

한식집 사장 이모씨(여, 40대 후반) 역시 "원래 술집을 운영하다 장사가 안 돼 점심 시간이라도 장사를 하려고 식당으로 바꿨다"며 "단가도 훨씬 낮다보니 참사 이전과 비교했을 때 매출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임대료는 그대로라 계속 빛 내서 장사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태원 상권 침체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서울시는 지난 7일 특단의 대책을 발표했다. 이달 중순부터 버스킹과 콘서트, 또 미술 작품 전시회 등 추모·위로 차원의 문화행사를 진행하며 시민들이 이태원 지역을 자연스레 방문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또 내달부터는 이태원상권회복상품권을 기존 100억원 규모에서 300억원 규모로 대폭 확대 발행하며 할인율 역시 10%에서 20%로 확대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식당을 방문하는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직접 주문·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무인결제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대책도 마련했다.

상인들은 서울시의 이 같은 대책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상품권 발행과 행사 개최 등으로 시민들의 발길이 늘어나 과거의 영광을 되찾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를 위해 상품권 홍보를 확대하는 등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을 주문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김씨는 "이태원상권회복상품권을 쓰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인근 회사원들이 주로 사용하는데, 그래도 비율로 따지면 열에 한두 명 정도"라며 "서울시가 홍보를 더 많이 하면 매출이 올라갈 것 같다. 할인율도 높다 보니 상품권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은 많이 이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식집 사장 역시 "음악회와 같은 문화행사들을 연다고 하는데 너무 좋고 더 해줬으면 좋겠다"며 "행사 같은 것들을 많이 열어주면 이태원이 북적일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핼러윈데이도 안전이 보장된 채로 이전처럼 재밌게 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식집 사장 김씨는 "상품권 확대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아직은 크게 나아진 점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며 "좀 더 실효성 있고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도출되는 서울시 정책들이 더 많이 추진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점심 시간이 다가오자 상인들의 바람은 곧 현실이 될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들었다. 골목 내부엔 장사를 하는 식당들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했고, 특히나 골목 중앙에 위치한 큰 규모의 고깃집엔 이른 시간임에도 열댓 명의 손님들이 앉아 수다를 떨며 밥을 먹고 있었다.

또 회사원들 역시 하나 둘 골목 안으로 들어와 예약한 식당 안으로 향했다. 내부 공사 중인 술집이나 카페들도 꽤나 많았는데, 이 역시 미래를 위해 새로이 단장하려는 노력 같았다. 마침 비가 그치며 따사로운 햇살이 비쳤다. 이태원 상권의 밝은 미래를 암시하는 듯했다.

서울을 찾은 한 일본인 관광객은 "처음 이태원을 방문하는 거라 참사 전후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절대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며 "사람들만 모이면 괜찮은 관광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3/03/09/202303090021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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