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imaeil.com/page/view/2022102414183822759
26일 故 노태우 전 대통령 1주기…기념관 설립 논란 다시 수면 위로
노태우 생가 찾은 시민들 "기념관 하나 건립되면 좋겠다"
군부 쿠데타 주역…"국민 정서상 불필요하다"반대 목소리도
기념관 설립 실현 가능성 적어, 지자체와 정부 모두 계획 無
오는 26일 고 노태우 전 대통령 1주기를 앞두고 기념관 설립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생전 업적을 고려해 기념관이 건립돼야 한다는 주장과 군부 쿠데타의 주동자로 치부되는 만큼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맞서는 양상이다.
지난 23일 찾은 대구 동구 신용동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 1주기를 앞둔 주말에 대구시민은 물론 타지역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 영정사진 앞에서 추모한 뒤 생가를 둘러보던 것도 잠시, 기념관 하나 없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만난 A(61‧동구 공산동) 씨는 "산책 삼아 생가를 자주 오는데 초라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며 "대구가 배출한 대통령인데 이렇게 생가만 덩그러니 남겨놓는 건 아쉽다. 거창하지 않더라도 고인이 살아온 배경 등을 기억할 수 있는 조그마한 기념관이라도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생가를 찾은 B(74) 씨도 "국민연금과 범죄와의 전쟁처럼 국민 생활에 기여한 바도 크다. 국가에 이바지한 점들을 고려해 지자체나 단체가 주축이 돼 기념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이 군부 쿠데타의 주역으로 활동했던 만큼 기념관 설립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C(43‧수성구 범어동) 씨는 "다른 지역에서는 아직도 학살자라는 비판이 많은데 대구에서 배출한 대통령이라는 식으로 기념관을 설립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거부감을 표시했다.
노 전 대통령의 기념관 설치를 둘러싼 갑론을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했던 지난해 문희갑 전 대구시장과 박승호 전 포항시장 등이 기념관 추진에 긍정적인 의사를 드러냈다. 이에 반해 당시 대구참여연대와 정의당 등에선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설립 가능성도 현재로선 그다지 높지 않다. 우선 대구시와 동구청 모두 별다른 추진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고, 정부 지원도 불가능하다. 동구청 관계자는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를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있고 기념관 건립은 논의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도 "코로나19 이후에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기념관 사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민간단체가 추진할 경우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가 지원하는 방안이 있지만 이마저도 노 전 대통령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난 1997년 내란죄 등을 선고받으면서 이미 예우가 박탈됐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기념사업 등 지원은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받는 대상자만 제공하고 있는데 노 전 대통령은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