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2102401071321302001
영국 차기 총리 자리를 사실상 예약한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에겐 항상 ‘최초’ ‘파격’이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수낙 전 장관이 총리직에 오른다면 영국 최초의 비(非)백인 유색인종 총리이자 210년 만에 최연소 총리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영국 최고 명문 옥스퍼드대 PPE(철학·정치학·경제학) 출신으로, 막대한 부까지 보유한 그야말로 엘리트의 전형으로 꼽힌다.
영국 가디언 등 현지 언론은 23일 수낙 전 장관의 화려한 이력을 조명하며 “영국 정치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1980년 5월생으로 만 42세의 젊은 정치인이다. 1812년 로버트 젠킨슨(만 42년 1일) 이후 210년 만에 최연소 총리 등극을 눈앞에 뒀다. 양친 모두 인도계 이민자라는 점도 눈에 띈다.
하지만 수낙 전 장관은 보통의 이민자 후손과 달리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의사인 부친과 약사인 모친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그는 최고 명문 사립고교인 윈체스터칼리지와 옥스퍼드대 PPE를 졸업한 뒤 골드만삭스에서 일했다.
정계에서도 초고속 승진을 이어갔다. 2015년 35세 나이로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 테리사 메이 전 총리 내각에서 주택공공자치부 차관을 지냈고, 2020년 2월 재무장관에 임명됐다. 군살 없는 몸매와 항상 고급 양복을 갖춰 입는 패션 감각으로 2020년 ‘가장 섹시한 영국 정치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2009년 인도 정보기술(IT) 기업 ‘인포시스’의 나라야나 무르티 회장 딸 악샤타와 결혼했다.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수낙 전 장관 부부의 자산은 7억3000만 파운드(약 1조1829억 원)로 영국 부자 순위 222위에 올랐다.
하지만 부족한 경험과 백인 중년남성 중심의 정치 문화, 보리스 존슨 전 총리를 배신했다는 따가운 시선까지 그가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리즈 트러스 총리와 맞붙었던 보수당 대표 원내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하고도 당원 투표에서 무릎을 꿇었다는 점은 수낙 전 장관의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