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2101901073111000002
우리에게 북한은 통일을 위한 파트너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적화통일을 획책하는 반(反)국가단체이기도 하다는 게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확고한 판례다. 그로 인해 대북 접촉은 외국 접촉과 달리 엄격한 요건과 절차를 갖춰야 한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적 접촉에는 신고가 필요하고, 물품의 반출·반입에 대해서는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으로 널리 알려진 쌍방울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의 대북 거래 의혹은 무엇보다 이러한 공식 절차를 벗어난 비밀접촉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물론, 국가 차원에서 북한과 비공식 접촉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기업이나 개인이 북한과 비밀접촉 한다는 것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위반뿐 아니라,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문제까지도 제기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과거 노태우 정부에서도 남북한의 유엔 동시 가입과 남북기본합의서 채택을 위해 북한과 비공식 접촉이 있었고, 김대중 정부에서는 대북 비밀송금이 크게 문제 된 바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남북 정상회담 이전에 북한과의 비공식 접촉 논란이 있었다. 그중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은 김대중 정부의 대북 비밀송금이었다. 이 사건은 김대중 대통령의 ‘알지 못한다’는 주장과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충돌하는 가운데 노무현 정부 당시에 송두환 특검을 통해 대북 비밀송금 사실을 확인해 박지원·임동원 등 관련자들의 처벌로 이어졌다.
이번 쌍방울의 대북 거래 의혹도 이와 유사한 점들이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쌍방울은 북한에 대가를 약속하고 6개 분야 사업에 대한 우선적 사업권을 확보했으며, 이 전 부지사 등이 그 과정에 개입했다고 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이런 일들이 쌍방울의 주도로 이뤄진 것일까? 오히려 이를 쌍방울에 제안한 정계의 거물이 있는 건 아니냐는 의혹이 난무한다. 나아가 이 전 부지사의 배후에는 누가 있는지, 과연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당시 정권의 실세들이 이를 몰랐을 것인지도 의문이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 비밀송금 의혹 해법으로 선택된 건 특검이었다. 현재 쌍방울 등의 대북 거래 의혹 해결은 검찰이 맡았다. 과연 어떤 방식이 의혹을 더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까? 오직 수사 능력을 기준으로 본다면, 방대한 조직과 인력을 가진 검찰이 특검보다 우위에 있다. 그러나 검찰 수사의 중립성·공정성에 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경우 특검이 구성되곤 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일단 특검보다 검찰이 수사하는 것으로 진행되고 있다. 검찰이 조직과 인력을 잘 활용해 이른 시간 내에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수 있으리라 기대되지만, 수사 과정에서 독립성과 중립성 및 이를 통한 객관성의 확보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 자칫 수사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불거져 나오면 의혹이 해결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의혹에 묻혀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통해서만 관련자들의 의혹이 해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의 협력도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정상적인 여야 관계와 남북관계를 위해서도 진실의 규명이 선결 과제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