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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왜 한국의 보수 노년층은 보수를 궤멸하고 능멸한 윤석열을 지지하는가? <한국 보수 진영에 횡행하는 전근대적 잔재: 이념보다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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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ffin

    윤석열은 경선 전에 보수를 거의 궤멸로 몰아 넣은 소위 '적폐수사'부터 시작해서 경선 토론 중의 숱한 좌성향 발언들, 그리고 최근의 좌파 인사들 영입에 이르기까지 본인의 좌파적 입장을 끊임없이 드러내 왔다. 그러나 열성 윤 지지자들의 윤을 향한 지지는 이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은 모습이다.

    백 번 양보해서 윤의 무능과 무식은 정치 신인의 참신성이 갖는 반대급부로 참작해 줄 수 있다고 치자. 본인이나 일가족, 주변 인사들의 구태와 비리는 정치권에 으레 만연한 현상으로 대충 눈감아 줄 수 있다고 치자. 심지어 지지자들이 자기들의 직접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또는 한 자리 얻으려는 불순한 목적으로 지지하는 것도 (물론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해가 가는 일이다. 그런데 직접적인 이해관계 없는 일반 보수 유권자들이 윤의 좌파 성향과, 보수에 대한 과거 적대 행적까지 애써 부정하거나 옹호해 가며 지지를 고수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보수 후보가 좌파 스탠스를 갖는다는 것은 보수 후보로써의 일체의 정체성이 부정되는 것이고, 보수 진영이 지지해 주어야 할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박탈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상당수 보수 윤 지지자들은, 특히 고연령 지지층은 이에 개의치 않고 윤의 문제적 행동과 발언들을 애써 외면하거나 억지 해석까지 해주며 계속 지지를 보내고 있다. 과연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반면 홍준표를 지지하는 보수 청년들 중에, 홍준표가 좌파 행보를 보여도 계속 지지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러한 현상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한국의 정치판이 과거부터 이념보다 인물 중심으로 세력과 지지가 모이는 전근대적, 후진적 양상을 보여온 것이라고 본다 (아마 이것은 한국에서 근대 국가가 수립된 이후에도 수 천 년 왕조 시대의 습성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것이 큰 원인이라고 본다). 이런 정치 체제에 특히 익숙해져 있는 고령층은 청년층에 비해 훨씬 이념 중심의 정치 참여 훈련이 부족한 상태로써, 이들은 어떤 인물을 지지할 때 그의 비전이나 정치 철학보다는 카리스마나 인물 친화력 등을 주로 보고, 패거리 형성 능력이 높아 보이는 쪽에게 이념 무관한 지지를 보내는 성향이 강한 것이다(얼마 전 모 유명 여성 보수 유튜버가 홍준표에게 모욕적 발언까지 하며 윤 지지 선언한 이유를 보라). 한편 자신이 지지하거나 모시던 정치인을 떠난다는 것은ㅡ 이념이나 소신의 대립, 또는 비리의 적발 같은 지극히 타당한 이유라도ㅡ 이들에게는 배신처럼 간주되고,  자신의 정치인이 어떤 비리를 저지르던 또는 평소 소신과 어떤 어긋난 모습을 보이던 왕조 시대에 주군 섬기듯 옆을 지키며 '충성'해야 훌륭하고 의리있다고 인정해 주는 것이다. 

    놀랍게도 이들은 소신을 버리고 기회주의자가 되어 다른 정치인에게 붙는 행위에 대해서는 상당히 관대한 모습을 보인다(장제원, 윤한홍과 유승민에 대한 태도를 비교해 보라). 이들은 소신 때문에 모시는 사람을 갈아타는 것은 용서 못해도, 잠재적 권력가에게 눈치껏 붙는 행위는 처세에 밝은 영리한 행위로써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다.

    이들이 좌파와 우파를 구분할 때는 이념이나 정치철학을 고려하기보다 특정 인물 또는 집단과 가까운가 적대적인가가 훨씬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윤석열이 문재인에 대립했기 때문에 윤석열은 무조건 우파이고, 윤석열이 무조건 우파이기 때문에 윤석열을 비판하면 무조건 좌파가 되는 기막힌 논리를 구사하는 것이다.

    상대 진영(좌파)에 속하면 아무리 친우파적 행보를 보여도 적이고, 한편 우리 진영(우파)에 속한다고 간주되면 아무리 좌파 행보를 보여도 옹호의 대상이 된다. 이들에게는 인물 개인이 아닌 그 인물이 갖고 있는 사상과 비전을 보고 좌파와 우파를 구분하는 능력이 무척 결여되어 있다. 이들은 윤석열이 문재인이나 이재명과 몰래 밀약을 한 동영상만 나오지 않으면, 윤석열이 대놓고 김정은을 찬양해도 '우파'라 부르며 어떻게든 끼워 맟춰서 옹호해 줄 인간들이다.

    물론 이러한 인물 중심의 후진적 정치참여 행태는 보수 노인층 말고 중년층이나 좌파 진영에서도 나타난다. 엄청난 폭정과 실정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이 40% 정도의 일정한 지지율을 보유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586 좌파 진영의 인물 충성 성향은 보수 노년층에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그 정도가 약하다고 본다. 만약 문재인이 임기 후반에, 임기 전반기의 좌파 정책들을 수정했다면 소위 '대깨문들' 상당수는 지지를 철회했을 것이다. 문재인이 보유하는 일정 지지율은 그가 좌파 정책들을 죽어라고 고수하는 바탕에서 유지되는 것이다.

    반면 보수 노년층은 한 번 섬기기로 결정한 '주군' 정치인이 어떤 행보를 보이든, 어떤 정책을 내놓든 맹목적 지지를 보내 줄 것이다 ㅡ 단 그 정치인이 세력을 유지하는 한에서. 만약 그에게서 세력이 떨어졌다고 판단되면 미련 없이 그를 내치고 다른 사람에게 붙는 것이 보수진영의 '유구한 전통'이다 (간이라도 내줄 것처럼 떠받들던 박근혜에 대한 관심을 끊어버리고, 박근혜 잡아 넣은 윤석열로 충성의 타깃을 아무렇지도 않게 옮긴 것을 보라. 오히려 이들에게는 윤석열이 박근혜와 이명박을 잡아 넣을 정도로 '강한'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더 충성의 대상으로 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홍준표에서 윤석열로 옮겨 간 인간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의 기성 세대에게서 보이는 이런 후진적 정치 구도는 다행히 청년층에게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대한민국의 대다수 청년들은 정치인 개인이 아닌 그가 가진 이념이나 국가 비전, 정치 철학을 보고 지지 정치인을 선택할 줄 안다고 본다. 정치의 세대 교체가 일어나고 한국 정치가 이성과 근대성을 획득해 가는 한 나라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 ㅡ 다만 문제는 완전한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과연 대한민국이 정치 선진국이 될 때까지 경제 선진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그것을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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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수무당파
    2021.12.26

    20대 보수로서 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끌며 보수성향을 가장 강하게 보여준 60대 이상 노년층을 경외했었다. 반면, 철없던 시절의 사고관을 견지하는 주류 386들과 독선주의적인 면모를 보이는 2030을 극도로 不好하였다. 그러나, 국민의힘 경선 과정을 보면서 노년층에 대한 나의 환상이 깨졌다. 좌클릭하는 윤석열을 저렇게 열렬히 지지하는 저 광기가 내가 알던, 또 내가 존경하던 그런 어른들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들의 아집과 독선은 2030을 훨씬 뛰어넘었다. 그들에겐 합리와 이성이 결여되어 있었고 조국보다 더 파렴치한 김건희를 두둔하며 심지어 극좌 신지예 영입도 외연확장이라는 명분으로 옹호하는 모습에서 굉장한 회의감을 느꼈다. 인정하기 싫지만 현실을 인정하자. 보수는 완전히 궤멸된 상태다. 앞으로 최소 5년 길게는 수십 년간 보수주의적 가치관은 이 땅에 발도 붙이지 못하게 될 것이다. 몇 년 후에는 동성결혼이 합법화되고 차별금지법이 통과될 텐데 (안그러길 바라지만 현실을 직시하자...) 그 때 민주당보다도 국민의힘이 더 적극적으로 열렬히 환호하게 될 것 같다. 심지어는 국민의힘에서 LGBT 깃발을 흔들며 퀴어축제에 참가하는 모습을 조만간 목도하게 될 것이다. 이게 다 윤석열이 안그래도 좌경화되고 있는 당을 더 극도로 좌경화시켰기 때문이다.

    총장직 사퇴 이후로도 끝까지 문재인에게 충성스러운 행보를 보이는 윤석열이 밉지만 그의 충성심 하나만큼은 배워서 국가와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충성을 다하고 싶다.

  • 스칼렛오하라
    2021.12.27

    좋은글 감사합니다

  • 스칼렛오하라
    Puffin
    작성자
    2021.12.27
    @스칼렛오하라 님에게 보내는 답글

    감사합니다^^

  • 노회찬
    2021.12.27

    뭐 인물 보고 뽑는 무지성 지지는 17년 문재인이죠. 자기들 스스로 대깨문이라고 하니.

    여기엔 좌우가 없죠.

    문재인 지지율 보다 낮은 이재명 봐도 진영이나 이념보다 인물이죠.

  • molyHoly
    2021.12.29

    당시 고 노무현 대통령이 주사파 힘을 얻고 당선되고 그것에 대한 빚으로 좌파식 경제정책을 펴다가 열린 우리당 창당을 하고 대통령으로써 그걸 지지했다는 이유로 탄핵까지 갔었는데 사실 임기 막바지에 급하게 우파식 경제정책으로 노선 변경해서 주사파 세력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하죠. 열린우리당 창당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탄핵 소추안까지 발의되었고,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에게 그 사건이 엄청난 트라우마로 남아 있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지금 그 높은 지지율은 보이는건 아직까지 주사파 말에 복종 하고 있다 뭐 이런 내용. 대깨문들은 문정부가 우파식 정책을 편다 해서 그들에게 등을 돌리진 않겠지만 여론과 주사파가 문재인을 버리고 여론조작하기 시작하면 대깨문들도 그걸 믿게 되는게 아닐까요? 선동되는거 좋아하는 지능 낮은 애들이니까

  • 쓰마이
    2022.01.05

    짧게 쓰자면 우리나라 보수는 레알 보수가 아니기 때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