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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진짜 저격수와 정치 저격수의 차이

오주한

前 정부 ‘조작청‧정치통계청’ 실체 하나둘 폭로

蘇 사기극 연상케하는 통계조작 교수대 올려야

 

‘원샷원킬(One shot One kill)’

 

저격수(狙擊手‧Sniper)는 누구나 알다시피 먼 거리에서 초정밀사격으로 적 지휘관‧통신병 등을 제거해 아군 승률을 높이는 존재다.

 

저격이란 개념은 고대부터 있어왔다. 고대인들은 보다 긴 사거리에 보다 정확한 명중률의 투창(投槍)‧활‧화살 연구에 전념했다. 허나 인력(人力)에는 한계가 있었다. 올림픽 남자 창던지기 최고기록은 1996년 체코선수 얀 젤레즈니(Jan Zelezny)의 98.48m다. 올림픽 양궁(洋弓) 부문은 아예 멀리 쏘기 종목이 없다.

 

저격기술은 인력 대신 화약의 힘으로 탄자(彈子)를 내뿜는 총기(Rifle) 등장과 함께 폭발적으로 발전했다. 특히 강선(腔線‧총열 내부에 나사 모양으로 판 홈)이란 개념이 출현하면서 사거리는 비약적으로 늘었다. 게다가 후장식(後裝式) 소총은 엎드려쏴 등 다양한 사격자세 가능케 해 사수(射手) 은‧엄폐 효율성을 높였다. 해당 총기는 탄자‧장약(裝藥) 장전을 총구가 아닌 뒤쪽 폐쇄기로 하는 방식이다.

 

통상 저격수는 관측수와 함께 2인1조로 움직인다. 저격탄은 필요 시 ㎞단위 및 초 단위로 비행해야 하기에 풍속(風速) 등은 물론 지구자전(自轉)에도 영향 받는다. 때문에 사격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실시간 수집하고, M4A1 소총 등으로 저격수를 보호할 관측수는 필수적이다.

 

이들은 한자리에서 길면 몇날며칠을 꼼짝도 않고 용변‧식사도 은폐자세로 해결한다. 그리고 목표물이 나타나면 ‘원샷원킬(One shot One kill)’로 사살한다. 총구화염 및 총열에 반사된 햇빛 등으로 인해 제 위치가 발각됐다 싶으면 임무종료와 함께 결사(決死)도주한다.

 

아무리 항우장사(項羽壯士)라 해도 ‘떼거리’ 앞에선 장사 타이틀 떼야 한다. 빗발치는 총탄세례‧박격포 등 앞에선 사지(四肢)가 분쇄되기 일쑤다. 곰 같은 덩치의 육‧해군 저격수들은 최대한 자신을 숨기기 위해 위장크림 바르고, 총기에 헝겊 두르며, 심하면 스코프(Scope‧조준경)도 떼어내는 등 세심함 발휘한다.

 

저격수를 다룬 영화로는 이라크전 참전용사인 크리스 카일(Chris Kyle‧생몰연도 1974~2013) 실화를 담은 2015년작 헐리웃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American Sniper), 스마트폭격으로 변해가는 전장(戰場)에 적응 못하는 해병들 얘기 담은 2005년작 자헤드-그들만의 전쟁(Jarhead) 등이 있다. 카일의 공식 사살기록은 160명, 비공식은 255명이다.

 

진실된 통계로 나라에 기여한 총잡이들

 

전사(戰史)에 이름 남긴 전설적 저격수는 상술한 크리스 카일 외에도 많다. 현대 들어 용명(勇名) 떨친 이는 겨울전쟁(Winter war)의 시모 해위해(Simo Häyhä‧1905~2002), 월남전의 카를로스 헤스콕(Carlos N. Hathcock II‧1942~1999) 등이다.

 

해위해의 본업은 농부‧사냥꾼이었다. 체계적 저격교육이라곤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으나, 날 때부터 총을 장난감 삼은 그는 1939년 소련 붉은군대의 모국(母國) 침략과 함께 천부적 재능 발휘했다.

 

겨울전쟁은 누가 봐도 호랑이와 하룻강아지 싸움이었다. ‘강철의 대원수’ 이오시프 스탈린(Joseph Stalin)은 탱크‧항공기 수천대 앞세운 25개 사단, 54만 대군(大軍)으로 영토 할양‧조차(租借) 거부한 핀란드를 짓밟아버리려 했다. 핀란드군 탱크는 수십대에 불과했으며 급조(急造)된 병력은 태반이 오합지졸(烏合之卒)이었다.

 

자연히 핀란드군은 연전연패(連戰連敗)했다. 소련군도 비록 뭍‧호수가 거미줄처럼 얽힌 이국땅에서 헤매다가 아군오사(誤射) 벌이고, 상당수가 몰로토프 칵테일(Molotov cocktail‧수제 화염병)에 산 채로 불타 죽어야 했으나 머릿수로 밀어붙였다. 핀란드 병사들은 달아나기 바빴고 여자‧아이들은 무자비한 전쟁범죄에 노출됐다. 붉은군대 성범죄는 훗날 나치(Nazi)독일 베를린 입성(入城)에서도 드러나듯 악명(惡名)이 자자했다.

 

핀란드 수뇌부가 소련군 사기(士氣) 급락시키고 아군 사기 끌어올릴 묘책(妙策)에 목말라할 때 나타난 게 해위해였다.

 

타고난 총잡이였던 해위해는 새하얀 설원(雪原)에서 동계(冬季)위장복 입고 숨어 있다가 방아쇠를 당겼다. 저격거리는 보통 100~150m로 타 저격수들에 비해 비교적 짧았으나, 그가 사살한 붉은군대만 해도 500여명에 달했다. 심지어 이는 스코프 없이 달성한 기록이었다.

 

일설에 의하면 소련군은 유령처럼 나타나 하루에만 수십명씩 죽이고 사라지는 이 귀신을 벨라야 스메르트(Белая смерть), 즉 백사병(白死病)이라 부르며 대단히 두려워했다.

 

언제 어디에서 ‘개죽음’ 당할까 몰라 불안에 떠는 붉은군대 장졸들 사기는 바닥을 쳤다. 강철의 대원수에게 반말할 수 있는 극소수 중 하나였던 장성(將星) 클리멘트 보로실로프(Kliment Voroshilov)가 “이게 다 너 때문이다” 스탈린 앞에서 접시 내던질 정도로 소련군 내분도 격화됐다. 붉은군대는 해위해 한 사람을 잡기 위해 총력(總力) 기울였다.

 

해위해는 1940년 3월 소련 측 총류탄(銃榴彈)에 맞아 큰 부상 입었으나 기어이 살아남았다. 겨울전쟁은 소련공산당의 상처뿐인 피로스의 승리(Pyrrhic victory)로 끝났다. 이 소국(小國) 하나 때문에 진이 다 빠진 소련은 나치 침략 초기에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카를로스 헤스콕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울창한 베트남 정글에서 월남을 침공한 월맹군‧베트콩(Vietcong‧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 93명을 공식사살했다. 그 중 절반가량은 역저격(Hunter killer)이었다.

 

피아(彼我) 저격수들은 상호(相互)은폐했기에 상대가 어딨는지 모른다. 역저격 전술은 대담하게도 제 목을 내밀어 상대 사격을 유도해 그 위치를 알아낸 뒤 한 발로 머리 숨구멍 뚫는 게 골자다. ‘정글의 악마’ 헤스콕의 목에는 높은 현상금이 걸렸다.

 

헤스콕은 2004년 미 육군 제75레인저연대 브라이언 크레머(Brian Kremer) 병장에 의해 경신(更新)되기 전까지 세계최장 저격기록도 보유했다. 헤스콕이 1967년 ‘M2 중기관총’으로 쏴서 우거진 수풀 사이로 적을 맞춘 거리는 2286m, 약 2.3㎞였다.

 

2023년 9월 현재 공식 최장기록은 캐나다 합동작전군(JTF)-2 소속 모 병사가 2017년 이슬람국가(IS) 전사 쓰러뜨린 약 3450m(약 3.5㎞)다. 해당 병사는 현역이기에 실명(實名)은 공개되지 않았다. 비공식 2위는 지난해 11월 러시아군 상‧하체를 분리시킨 우크라이나군 저격수의 2710m(2.7㎞)다.

 

정치적 통계로 여성인권 짓밟은 소련

 

이처럼 원샷원킬의 저격수는 아군을 보호하고 침략군을 무찌르는데 큰 기여를 한다. 헌데 일부 국가는 ‘영웅저격수’가 아닌 ‘정치저격수’를 운용(運用)하기도 했다. 상술했듯 핀란드 쳐들어갔다가 만신창이가 된 소련의 여성저격수들이 그들이다.

 

류드밀라 파블리첸코(Lyudmila Pavlichenko‧1916~1974)로 대표되는 소련 여성저격수들 전적(戰績)은 놀랍기 그지없다. 소련공산당이 발표한 파블리첸코 사살기록은 309명이다. 파블리첸코는 죽음의 숙녀(Lady Death)라는 별칭 얻었으며, 소비에트연방영웅(Hero of the Soviet Union)도 수훈(受勳)됐다. 해당 칭호는 소련의 최고(最高) 훈장이다.

 

허나 오늘날에는, 전 세계 모든 여성저격수들 활약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결코 아니지만, 소련 여성저격수들 기록이 적잖이 ‘뻥튀기’ 됐다는 게 중론이다. 이들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서 전적 쌓기에만 매진했고, 당‧군(黨軍)은 명중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비공식기록까지 공식기록에 끼워 넣었다는 것이다.

 

일설에 따르면 소련 여성저격수들은 신참 저격수를 은‧엄폐에서 밀어내 나치 저격수에게 목숨 잃도록 한 뒤, 나치 측 총구화염으로 그 위치 파악해 역저격했다고 한다. 당‧군 지도부는 파블리첸코 총성(銃聲)이 나고 목표물이 죽어 나자빠진 건지 숨으려는 건지 엎드리기만 해도 ‘사살’로 규정했다고 한다.

 

실제로 파블리첸코 전과(戰果)에는 석연찮은 부분이 하나 둘이 아니다. 실례로 그가 사살했다는 300여명 기록은 불과 약 10개월만에 달성된 것이다. 한 달에 30명씩 하루에 한 명 꼴로 목숨을 취했다는 건데, 나치가 바보라서 목 빼들고 “나 죽여줍쇼” 하는 것도 아니고 이는 매우 비현실적이다.

 

이는 비(非)소련 여성저격수 기록과 대조(對照)하면 보다 확연해진다. 러시아군 소속으로 악명 떨치다 올해 3월 생포된 이리나 스타리코바(Irina Starikova) 저격 전적은 약 1년 동안 우크라이나 민간인 등 최소 42명 학살이었다. 키 156㎝였던 20세기 초중반 여성 파블리첸코보다 체격‧근력 등에서 월등해 보다 원활한 저격 가능할 현대 여성스나이퍼들, 아니 남녀를 통틀어 모든 저격수들이 파블리첸코와 같은 대기록 내는 건 불가능한 셈이다. 사냥꾼 집안 아들 해위해 등은 태생적 총잡이였지만, 대학생 출신 등인 파블리첸코 등은 그렇지도 못하다.

 

그렇다면 소련공산당은 왜 ‘통계조작’에 나섰을까. 배경은 “여성인권 존중” 이미지 조작해 전 세계 재야(在野)여성들‧여성단체 지지를 받으려 했을 것이란 게 통설(通說)이다. 실제로 소련공산당은 “자본주의는 로동계급 특히 여성동무들을 착취‧유린하지만 사회주의 지상락원은 다르다” 선전했다.

 

정작 소련의 ‘진짜 여성인권’은 바닥을 기었다. 1992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실린 ‘소련여성의 경제적 지위와 문제’ 논문이 인용한 소련 사회학자들 분석에 의하면, 소련여성은 남성보다 평균 2.3배 많은 가사(家事)‧양육(養育)에 내몰렸다.

 

소련 위성국(衛星國)이었던 벨라루스 출신 여성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Svetlana Alexievich‧1948~)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The Unwomanly face of War)’에는, 독소전쟁(獨蘇戰爭)에 자원 참전했다가 몸도 마음도 망가지고 귀향(歸鄕)했으나 “남자들과 문란하게 지냈을 것” 오해에 눈물짓는 소녀들 모습이 묘사된다.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한 이 작품은 작가와 실제 참전여군들 인터뷰 내용을 기반으로 한다.

 

정치통계로 국민 나락 이끈 이들 청소해야

 

공교롭게도 “여성인권” “사람이 먼저다” 등 부르짖으며 인권‧경제를 나락으로 몰고 간 한 이전 정부의 통계조작 실태가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고 한다.

 

해당 정부는 통계랍시고 각종 자료 내놓으며 “위대한 령도자 덕택에 지상락원 펼쳐진다” 취지로 선전했으나, 그 거짓말 후폭풍 때문인지 막상 현실에선 성범죄가 폭증(暴增)하고 경제대란이 닥치고 있다.

 

이들은 현역 시절부터 이미 ‘정치통계’임을 자인(自引)했다. 본분에 따라 냉엄한 현실 통계화하던 통계청장은 돌연 해임되고, 후임 청장은 “장관님들 정책에 좋은 통계를 만드는 것으로 보답하겠다”는 대경실색(大驚失色)할 발언 내뱉었다. 그리고 그 결과 파블리첸코 전과 조작 연상케 하는 최소 94건의 해당 정부 통계조작 정황이 감사원에 의해 최근 공개된 것이다.

 

정직한 땀을 통한 정직한 통계는 국민사기를 올리지만 거짓된 통계는 사회혼란만을 야기한다. 파블리첸코 우상화 거짓선전에 속았다가 막장에 몰린 독소전쟁 참전 소녀들처럼, 이전 정부 때문에 극단적 선택하고 삶을 잃은 국민이 한둘이 아니다.

 

‘반역’에 준(準)하는 이 대국민 사기행각 대가는 오로지 참형(斬刑) 뿐이다. 소련붕괴와 함께 목에 밧줄 걸려 철거된 레닌 등 동상(銅像)처럼 구린내 나는 옛 잔재(殘滓)는 말끔히 청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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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mail protected]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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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피데이
    2023.09.17

    와우!!!!!

     

    잘 배우고 갑니다.

  • 해피데이
    오주한
    작성자
    2023.09.18
    @해피데이 님에게 보내는 답글

    정치 쪽은 한숨 나오게 오래 몸 담았습니다만 아마추어 역사광이기에 부족한 점 없도록 늘 만전 기하고 있습니다. 양질의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해피데이
    2023.09.17

    좋은 글 써주심에

    깊이 감사 드립니다!

  • ydol7707

    저들은 저격수를 상대로 핵폭탄을 준비할까 두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