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의 대학생 친구'이자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의 대부(大父)'로 잘 알려진 장기표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77)를 지난 8일 여의도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사무실에서 만나 그가 "국회의원의 특권을 폐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를 들어봤다.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는 지난 4월16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연 출범식을 시작으로 5월9일 '특권폐지 호남총궐기대회', 국회 앞에서 5월31일 '특권폐지 국회포위 인간 띠 잇기 국민행동', 7월17일 '특권폐지 국민총궐기대회', 9월1일에는 대법원 앞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 전관범죄 척결 국민궐기대회'를 개최했다. 매주 목요일에 국회 정문 앞에서 '목요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장 상임대표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게 된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7월19일, 8월23일, 9월6일 세 차례에 걸친 그의 후원 호소 문자였다. 서울대생 내란음모 사건, 민청학련 사건, 청계피복노조 사건,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5·3인천사태, 민중당 사건 등 12년간 수배생활, 9년간 수감생활을 했지만 민주화운동보상금은 "받으면 안 되는 돈"이라며 보상금 신청조차 거부한 그가 "재정이 무척 어렵다"는 문자를 연달아 보낸 사정이 무척 궁금했다.
- 언론 보도를 보니 사정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련해 110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지 않았나.
"판결이 부당하다고는 생각하지만, 법을 다뤄야 하는 판사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는 내 말은 정치인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법원은 선거기간이든 아니든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하지 않은 사람이 선거 당락에 영향을 미칠 일을 하면 유죄라고 봤다. 부산고법 창원재판부는 검사가 300만원을 구형했는데 판사가 4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해서 고법까지 갔지만 대법원까지 가는 건 괜히 피곤한 일이 될 것 같아서 포기했고 벌금형이 확정됐다. 법원에는 못 낸다고 했다. 낼 돈이 없으니 징역을 살겠다. 100만원 정도라면 어떻게든 마련해 보겠지만 1100만원은 내게 너무 큰 돈이다. 하루에 10만원씩 110일간 노역하면 된다."
장 대표는 제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대장동 사건 특별검사 촉구 서명운동'을 벌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400만원, 2021년 9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후보의 아들이 '천하동인 1호'에 근무하고 있다고 주장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벌금형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 국회의원 특권폐지뿐 아니라 법원과 검찰 고위직 출신들에 대한 '전관예우'도 '전관범죄'라고 비판하셨다. 9월1일 '유전무죄 무전유죄 전관범죄 척결 국민궐기대회'에서 공개한 전관범죄자는 누구인가?
"명단에는 대장동 게이트로 잘 알려진 박영수 전 서울고검장, 화천대유 고문을 지낸 권순일 전 대법관, 대장동 50억 클럽 멤버인 곽상도 전 의원,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21명이 담겼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 모은 것이다. 굉장히 많아서 명단을 취합하기가 힘들다."- '전관범죄'라고 규정하는 '전관예우' 관행은 많은 비판을 받아왔지만, 잘 고쳐지지 않고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누구나 형사사건이나 민사사건에 연루되면 검찰이나 법원 고위직 출신의 변호사를 선임하려고 한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는 그런 변호사를 선임하면 이득을 보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는 것은 수사를 하는 검사나 재판을 하는 판사들이 공정하게 수사하거나 재판하는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법원과 검찰 고위직 출신의 변호사들뿐 아니라 현직 검사나 법관도 범죄를 짓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에는 사법피해자들이 대단히 많은 것은 전관예우라는 이름의 전관범죄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법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전 세계 167개국 가운데 155위라는 레가툼의 조사는 우리나라 사법현실을 상당히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관범죄는 수사나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을 넘어 법치주의를 파괴해 나라의 기강을 무너뜨린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도덕이 붕괴하고 인륜이 파탄나 있는데, 그 주된 이유가 법을 공정하게 집행해야 할 사법기관인 검찰과 법원이 수사와 판결을 공정하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더욱 더 심하다."
- 김명수 대법원장 퇴진촉구 운동도 벌이고 있는데.
"김명수 대법원장이 완전히 사법부를 망가트렸다. 임성근 전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사표수리를 거부한 '임성근 부장판사 사건'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더불어민주당이 임 전 부장판사를 탄핵하기 위해 김 대법원장에게 사표수리를 하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사표 수리를 기다리던 임 전 판사가 김 대법원장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김 대법원장이 임 전 판사에게 한 말이 '국회(민주당)가 당신을 탄핵하겠다는데, 내가 사표를 수리해서 국회가 당신을 탄핵할 수 없게 되면 내 입장이 어떻게 되겠는가'다. 민주당한테 탄핵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사표 수리를 안 했다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임 전 부장판사가 거짓말했다며 문서까지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임 전 부장판사가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김 대법원장의 말이 거짓임이 드러났다. 김 대법원장은 임 전 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 거부하고 국회에 거짓 해명한 혐의로 고발돼서 입건된 피의자다. 대법원장이기 때문에 9월 24일에 임기 끝나야 조사가 시작된다. 임성근 부장판사 사건만 봐도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를 얼마나 민주당 정권에 종속시켰는지 알 수 있다.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판사들을 법원 요직에 중용해 사법의 정치화를 꾀했다.
법원장은 투표로 선출되는 자리이므로 법원장 후보들은 판사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 판사들이 선고를 빨리 안 하면 독촉해야 하는데 절대 하지 않는 이유다. 몇 년이 지나도 재판이 열리지 않는다. 법원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이런 대법원장은 절대로 정년을 채우고 퇴임하게 두면 안 된다. 그래서 퇴임을 약 20여 일 앞둔 상태지난 1일 김명수 대법원장 사퇴 촉구 집회를 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나라가 굉장히 어려운데 이걸 해결하려면 정치가 정상화돼야 한다. 정치권에서 맨날 소모적인 투쟁만 하는 원인은 결국 국회의원들에게 주어진 과도한 특권 때문이다. 특권을 없애야 정치가 정상화된다. 특권은 오직 국민만이 없앨 수 있다. 국회의원들이 입법활동을 통해 만든 '셀프특권'을 스스로 없앨 이유가 없다. 이들이 과연 셀프특권을 '셀프 폐지'할 것인가.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나서서 폐지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제2항을 실천해야 한다. 선언적으로만 규정할 게 아니다. 헌법 전문에는 '불의(不義)에 항거한 4ㆍ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우리 헌법정신이 담겨 있다. 국회의원들의 특권이 낳은 정치의 비정상화는 엄청난 불의다. 불의에는 항거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다. 국민이 나서서 국회의원 특권을 폐지하지 못하면 책임은 국민에게 있다. 국민의 공복(公僕, public servant)다. 나라의 주인으로서 하인들이 특권을 누리게 내버려둬선 안 된다. 공복의 특권은 국민이 나서서 폐지해야 한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3/09/12/202309120007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