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로그인

아이디
비밀번호
ID/PW 찾기
아직 회원이 아니신가요? 회원가입 하기

[칼럼] 고길동과 홍준표

profile
라주미힌

36D4C2A7-4B69-4BDD-AE9E-24008BD04F2E.jpeg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아기공룡 둘리>라는 만화는 거의 다 알 것이다. 굳이 자세한 줄거리를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워낙 유명하니까.


이 만화의 주인공은 둘리지만, 언젠가부터 둘리의 적인 고길동이 재평가를 받고 있다. 항간에는 고길동이 불쌍하다고 느껴진다면 비로소 어른이 된 것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다. 나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만화는 주인공인 둘리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다보니 둘리가 저지르는 온갖 만행들이 그냥 ‘장난’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장난으로 끝내기엔 둘리의 만행은 상상을 초월한다. 고길동네 집이 패가망신하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다. 하지만 둘리는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고길동네 집을 차지하려고 한다. 이런 둘리의 행태를 어렸을 때는 잘못된 것이라고 이해하지 못할수 있다. 왜냐? 둘리가 ‘주인공’이니까. 인간인 고길동에게는 없는 초능력이 있는 공룡이다. 그러니 그저 주인공이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딴지거는 악역으로만 비춰질 수 밖에.


그러나 세월이 흘러 고길동이 재평가를 받게 된 것에는, 우리 모두 고길동의 시점에서 둘리를 바라보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상상을 초월하는 둘리의 장난을 직접 겪는 고길동의 심정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객관적으로 봐도 둘리는 어느 날 갑자기 남의 집에 쳐들어가 얹혀 살면서 초능력을 남용하여 남에게 피해를 주는 공룡일 뿐이다. 거기에 동조하는 도우너와 또치는 덤이다. 핵폭탄 같은 외계인 셋을 자기 집에서 살게 해주는 고길동이야말로 성인군자나 다름이 없는 상황이다.


05DB8B77-F0A2-4B8D-9E57-A4941AC987CF.jpeg

어디 둘리와 고길동 같은 사례가 만화 속에만 있을까? 여기 실화를 바탕으로 한 또다른 에피소드가 있다.


고길동이 수십 년 동안 살아 온 집을 ‘지지율’이라는 초능력 하나 만으로 요술을 부리는 둘리가 통째로 빼앗으려고 한다. 둘리를 따라서 집에 들어 온 도우너와 또치 같은 애들은 한술 더 떠 집문서까지 달라고 한다. 게다가 고길동의 가족들에게까지 선을 넘는 장난을 친다. 염치도 없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고길동은 거칠게 화를 내지만 그래도 자기 집에 들어왔다며 거두어 들인다.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이들을 이미 쫒아냈겠지만, 그는 그래도 집에서 밥은 먹게 해준다. 그런데 배은망덕하게도 둘리 일당은 ‘지지율’이라는 요술을 부리며 고길동에게서 집을 완전히 빼앗아 버린다. 수십 년을 살아 온 집주인이 쫒겨나게 된 것이다. 다행히 고길동에게는 집 한채가 더 있었다. 조금 불편한 점이 있지만, 희동이가 행복하게 마음껏 놀 수 있는 집이다. 고길동의 집 본채는 그렇게 함부로 요술을 부리는 둘리 일당에 의해 파괴되고 있다. 여전히 옆집 마이콜은 시끄럽게 떠든다.


쓰고보니 지금 정치판에서 일어나고 있는 어떤 상황과 참 자연스럽게 닮았다. 뭐가 닮았다는 건지 모르겠다면, 저 이야기의 등장인물들 이름을 우리가 아는 정치인들로 한 번 바꿔보자. 이러나 저러나 고길동은 재평가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특히 나는 희동이가 마음껏 놀 수 있는 집을 마련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있다. 아직도 둘리는 요술이나 부리고 있고 말이다.


하다못해 둘리는 2억년 전부터 지구에 있었던 공룡인데, 그 아무개씨는 정치를 시작한 지 1년도 안 됐다.


라주미힌.

댓글
48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