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구속기소 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사실상 전부 부인하는 입장을 전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 21-1부(부장판사 김정곤)는 2일 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받는 송 전 대표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 심리에 앞서 피고인과 검찰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 입증 계획을 논의하는 절차로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이날은 송 전 대표 측 변호인단만이 출석했다.
재판부는 송 전 대표 측이 제출한 의견서에 대해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내용이 추상적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송 전 대표가) 전부 부인하는 입장은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서 느껴진다"면서도 "어떠한 근거에 의해서 혐의나 공소사실의 책임을 부인하는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서에 전혀 나와 있지 않다"고 짚었다.
이어 "'이 공소를 심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피고인(송 전 대표)의 입장이고 변호인의 자세는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에 송 전 대표 측은 "구체적인 공소사실에 대한 답변은 다음 기일에 하겠다"면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검찰은 송 전 대표 측이 수사 기록 일체를 요구했다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검찰은 송 전 대표의 혐의에 대한 수사 목록은 이미 변호인단에 전달했다며 "(변호인단이) 수사 목록을 보신 다음에 수사 기록 일체를 달라고 1월30일에 신청했다. 이건 내부 자료까지 다 달라는 말씀"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사 기록 전체를 못 받았으니 관련 의견도 못 주겠다'는 식으로 하면 저희는 검사로서 '구속 사건인데 너무 의견 안 주시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든다"며 재판 지연 의도를 의심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송 전 대표 측은 "검사님들은 장기간 수사해서 굉장히 익숙해진 상태에 있겠지만 저희는 처음 뛰어들고 방어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고 항변했다.
이어 "공판 중 치열하게 다투더라도 절차적인 부분은 불편하지 않게 협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송 전 대표 측은 검찰의 수사목록이 방대하다는 점을 들어 준비기일에 여유를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송 전 대표 측은 "초기에 저희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시면 오히려 재판을 더 빨리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일주일 정도만 여유있게 해 주시면 저희도 3월부터는 가급적 공판 절차가 팽팽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오는 16일을 두 번째 공판 준비기일로 지정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6650만 원이 담긴 돈봉투를 국회의원 등에게 살포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지난달 4일 재판에 넘겨졌다.
송 전 대표는 또 2020년 1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외곽 후원조직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를 통해 불법 정치자금 7억63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이 중 4000만 원은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에게 소각처리시설 인허가 청탁 대가로 받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있다.
한편 '돈봉투' 살포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윤관석 무소속 의원과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은 지난달 31일 1심에서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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