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BC와 JTBC가 윤석열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말을 자막으로 붙여 보도해 '거대 방송사들이 가짜뉴스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두 방송사가 한 경제토론회에 참석한 인사들의 질문에 답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한 명의 질문만 듣고 답변한 것처럼 해석하는 방송을 내보내, 마치 대통령이 '동문서답'을 한 것처럼 몰아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과도한 세제 개혁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거래소에서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 참석했는데, 이날 방청석에 앉은 경제 유튜버 전석재('슈카월드' 운영)씨는 "우리나라 주식이 타국 주식에 비해 낮게 평가되고 있는 원인으로 국내외 투자자들은 국내 기업의 주주 보호 미흡을 지적하고 있다"며 "기업이 특정 대주주를 위해 소액 주주들의 손실을 감수하는 결정을 내리는, 이른바 거버넌스(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처럼 '소액 주주 보호 미흡' 같은 거버넌스 문제를 해결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근본적으로 해소해 달라는 전씨의 요청에 이어, 주식투자자 정종윤 씨는 '불법 공매도' '금융소득종합과세' '상속 증여세' 등 투자자에게 불리한 조세 제도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적하며 이에 대한 개선책을 당부했다.
두 사람의 말을 꼼꼼히 메모해 가며 경청한 윤 대통령은 거버넌스 문제와 함께 상속세를 거론하며 "과도한 세제를 개혁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토론회 직후 '발언 전문'을 공개한 JTBC 보도("주주 보호 미흡이 K-디스카운트 원인" 슈카 호소에…윤 대통령 "상속세 개혁으로 근본적 해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아까 전석재 선생님께서 '대주주가 임명한 경영진이 소액주주에게 손해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하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시장에 투자하라는 얘기를 하기 어렵다'고 말씀하셨는데, 회사법·상법을 꾸준히 바꿔 나가면서 이 거버넌스가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또 다른 원인으로 주식투자자 정종윤 씨가 거론한 상속세를 언급한 윤 대통령은 "소액주주는 회사의 주식이 제대로 평가받고 주가가 올라가야 자산 형성을 할 수가 있는데, 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너무 올라가면 상속세를 어마어마하게 물게 되고 가업 및 기술 승계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근로자들의 고용 상황까지 불안해진다"며 "주식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과도한 세제가 결국 우리 중산층과 서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인식을 다같이 공유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종윤 씨 질문 내용, 고의적으로 누락
그런데 당일 오후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은 <슈카는 소액 주주를 보고, 대통령은 오너 상속을 생각한다?>라는 제목으로 "이날 민생토론회에서 슈카(슈카월드)가 '대주주나 이사회가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많이 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생겼다'면서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물어봤는데, 윤 대통령이 '상속세 완화'라고 답변했다"며 유튜버의 질문에 대통령이 엉뚱한 대답을 했다는 식으로 몰아갔다.
방송영상 썸네일에도 <尹의 동문서답? 질문한 슈카 어리둥절?>이라는 제목을 올린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은 윤 대통령의 답변 내용을 짧게 소개한 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론이기 때문에 제가 조금 더 공부를 해보도록 하겠다. 사람을 참 공부하게 만드시네…"라는 진행자의 조롱성 멘트로 방송을 마무리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유튜버와 주식투자자의 질문을 모두 들은 뒤, 특히 상속 증여세 등 투자자에게 불리한 조세 제도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한 정종윤 씨의 지적에 적극 찬동하는 답변을 했다.
하지만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결 방안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이 '상속세 완화'라고 답했다"며 대통령이 사실상 동문서답을 했다는 왜곡된 방송을 했다.
이튿날 JTBC도 유튜브를 통해 '신장식의 뉴스하이킥'과 동일한 논리로 대통령의 발언 취지를 깎아내렸다.
JTBC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장르만 여의도'는 지난 18일 <윤석열 대통령, '슈카월드' 지적에 "코리아 디스카운트 근본 해결!">이라는 영상에서"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는 △보통 분단 상황에 따른 지정학적 불안 △지배구조와 회계의 불투명 △노동시장 경직 등을 꼽는데 이날 새로운 정의가 나왔다"며 "윤 대통령이 '주식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과도한 세제가 중산층과 서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인식을 다같이 공유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할 수 있다'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영상 하단에 '슈카둥절'이라는 자막을 띄운 '장르만 여의도'는 "대통령의 답변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와 무슨 상관인지 고민을 해봤는데, 가업 승계를 편하게 해주면 주가도 올라서 소액주주도 오케이다. 이런 굉장한 논리가 숨어 있었다"는 해석으로 해당 사안을 정리했다.
특히 '장르만 여의도'는 먼저 유튜버 슈카월드가 질문을 하는 영상을 내보낸 뒤 "윤 대통령이 답변을 이렇게 하셨다"면서 대통령의 발언 영상을 바로 붙여, 정작 상속 증여세를 언급한 정종윤 씨의 질문 장면은 생략했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슈카월드의 질문에 대통령이 이 같은 답변을 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악의적 짜깁기 편집이었다.
◆"악마의 편집으로 대통령을 바보로 만들어"
3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두 방송의 왜곡보도 사례를 지적한 박순혁 작가는 "최근 들어 친야 성향 언론의 편향보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왜곡된 편집과 해설로 대통령을 엉뚱한 소리 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개탄했다.
박 작가는 "정종윤 씨의 질문에 답한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마치 슈카 한 사람의 질문에 대한 답변처럼 내보낸 것은 '악마의 편집'으로 앞뒤 문맥을 다 잘라, 대통령을 정신나간 바보로 만든 것"이라며 상대 진영 지도자를 모욕하는 것에만 골몰하는 국내 언론의 행태를 문제 삼았다.
박 작가는 "일부 세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거버넌스 문제로만 몰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사실 상속세를 줄여야 하는 대기업이 이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다 보니 지배구조 형태로 귀결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파악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아주 정확한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2006년 현대글로비스 비자금 사건 등을 수사한 장본인으로 이 문제를 잘 알 수밖에 없는 분"이라고 말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01/31/202401310023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