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윤 대통령이 지난 5일 이른바 '쌍특검법' 거부권 행사로 87년 체제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정치적 부담이 따르는 만큼, 유가족 지원책도 함께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대통령실 및 정부·여권 등에 따르면, 30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국무회의에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이 상정되면 정부는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 건의안을 심의·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원 특별법은 지난 19일 정부로 이송됐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특별법 재의요구안을 의결하면 이를 재가하는 방침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등 위헌 요소와 독소조항이 기존의 사법·행정 권한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윤 대통령이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한 이후 이미 거부권을 가장 많이 한 대통령이 되면서 대통령실에서도 부담이 따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87년 체제 이후 역대 대통령의 법안 거부권 사례를 살펴보면, 노태우 전 대통령이 7회, 노무현 전 대통령 6회, 이명박 전 대통령 1회, 박근혜 전 대통령이 2회 행사했다.
윤 대통령이 이태원 특별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 취임 이후로는 다섯 번째이자 개별 법안으로는 9건으로 늘어나게 된다. 윤 대통령은 아직 취임한 지 2년을 채우지 않은 상황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특별법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대해 "큰 방향에서는 그렇게 갈 것 같다"면서도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고 여러 검토안 중에 하나인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또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현실화하면 반발 여론을 최소화하기 위해 피해자·유족 등에 대한 지원책 마련에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태원 특별법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9일 당 회의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정권"이라며 법안 수용을 촉구했다.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등은 이날 이호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부터 대통령실 앞까지 삼보일배와 오체투지 행진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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