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당헌·당규를 잘 아는 분 같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대통령실과 충돌 국면에서 "내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라고 밝힌 것을 두고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서 십여 년간 활동한 당 관계자가 23일 전한 말이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비대위원장 본인의 자진 사퇴 외에는 강제로 끌어 내리긴 어렵다. 한 비대위원장은 전날 국회 출근길에서 "저는 선민후사하겠다. 제 모든 것을 아낌없이 쏟아붓겠다는 각오로 이 자리를 받아들였다"며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국민의힘 당헌 제96조 10항에 따르면, 비대위의 존속 기간은 6개월을 넘길 수 없고 전국위원회 의결로 1회에 한해 6개월의 범위 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 지난달 26일 취임한 한 비대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6월 26일까지고 6개월 더 연장할 수 있는 것이다.
당헌 제96조 8·9항엔 '비대위원장의 사퇴 등 궐위나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원내대표, 최다선 의원 순으로 그 권한을 대행하고 최다선 의원이 2명 이상인 경우 연장자 순으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만 명시돼 있다.
통상적인 전당대회 절차를 거쳐 선출하지 않는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경우 반드시 입당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22일 당 사무처에 입당 원서를 전달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당원이라면,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를 통한다는 방법이 있다. 윤리위 징계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 등 4단계로 나뉘는데, 당원권 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받을 시 한 비대위원장의 당무는 정지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비대위원장도 당원일 경우엔 윤리위 징계 대상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리위원장 등은 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임명한다. 현재 황정근 윤리위원장은 김기현 대표 시절 임명됐다. 한동훈 비대위가 출범함에 따라 사의를 표명했으나 한 비대위원장이 유임시켰다. 한 비대위원장이 재신임한 것이다.
또한, 윤리위에 제소할 명분이 없어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석 전 대표도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받으며 당무가 정지됐지만, '성 상납 증거 인멸 교사 의혹'으로 인한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가 뒤따랐다.
이 밖에도 국민의힘 당헌·당규 제6조의 2엔 당원 소환제도 있다. 당원이 법령 및 당헌‧당규, 윤리 강령을 위반하거나 당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해당 행위를 한 당 대표 및 선출직 최고위원을 대상으로 소환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다만 절차가 복잡하다. 당원 소환 청구는 약 80만 명인 책임당원의 20% 이상, 각 시‧도당별 책임당원 10%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당원 소환 청구 요건이 충족되면 당무감사위원회 의결을 통해 당원 소환 투표를 한다. 당원 소환 투표는 전체 책임당원의 3분의 1 이상의 투표와 유효 투표의 과반수 찬성으로 확정된다.
그러나 당원 소환 역시 '피소환인 임기 개시일부터 6개월이 경과하지 아니한 때'에는 청구가 제한된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 대응을 두고 대통령실과 갈등 중인 한 비대위원장을 반대하는 일부 친윤계 의원들이 책임당원을 종용해도 임기 6개월이 지나지 않은 한 비대위원장을 소환할 수 없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유일한 방법이 윤리위 징계인데 사실상 한 비대위원장을 끌어내릴 방법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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