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극우 AfD, 튀링겐주 선거 1위 유력 …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독일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튀링겐주 주의회 선거에서 1위를 할 것으로 예측된다. 인근 지역인 작센주 주의회 선거에서도 득표율 2위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유럽에서 극우 정당의 득세가 재차 확인됐다.

1일(현지시각) 독일 공영방송 ARD와 ZDF 등의 출구조사와 부분 집계를 바탕으로 한 예측에 따르면 AfD는 튀링겐주 주의회 선거에서 32~33%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약 24%를 득표한 중도우파 기독교민주연합(CDU)을 크게 앞지르는 수치다.

작센주 주의회 선거에서는 CDU가 득표율 1위(31.7%), AfD가 득표율 30.6~31.4%를 얻으면서 2위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에서 극우 정당이 주 단위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AfD의 공동대표인 알리스 바이델은 선거 결과를 두고 "동부 두 주 유권자가 AfD가 정부를 구성하기를 원한다는 점이 분명하다. 역사적인 성공"이라면서 환영했고, 또 다른 당 대표 티노 크루팔라는 "두 주 모두 정치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바이델 대표는 "이번 선거는 지난 선거보다 더 강력한 결과이며 우리는 이번 선거 이후 더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AfD는 직전 주의회 선거였던 2019년 튀링겐에서 23.4%, 작센에서 27.5%로 두 주 모두에서 2위에 오른 바 있다.

올라프 숄츠 총리가 속한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은 모두 한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참패가 전망된다. SPD는 튀링겐주에서 6.5~7%, 작센주에서 7.5~8.5%의 득표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SPD와 함께 연방정부를 구성하는 중도 녹색당과 중도우파 자유민주당(FDP)도 의석을 가져가는 데 필요한 득표율 5%에 못 미칠 전망이다.

현재까지 AfD는 튀링겐주 주의회 88석 중 31석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의석은 △CDU 24석 △급진좌파 자라바겡크네히트동맹(BSW) 15석 △좌파당 13석 △SPD 6석 등으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신호등 연정(SPD, 녹색당, FDP)' 중 SPD를 제외한 두 정당은 아예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120석 규모의 작센주 주의회는 △CDU 44석 △AfD 42석 △BSW 16석 △SPD 11석 △녹색당 7석 등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경제적으로 낙후되는 등 지속적인 불평등에 대한 항의 투표"AfD는 튀링겐주와 작센주가 있는 옛 동독 지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경제적으로 낙후되고 반이민 정서가 강해 진보성향이 짙은 '신호등 연정'은 지지율이 낮고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AfD가 득세하고 있다.

무엇보다 통일 이후에도 서독과 경제적 격차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좌절, 분노를 바탕으로 다른 유럽 지역보다 우경화가 더욱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AfD의 부상은 소득, 고용 및 생활 수준의 지속적인 불평등에 대한 항의 투표로 간주된다"면서 "동부 주의 이민 수준은 독일 전체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며 동독 주민의 19%가량이 소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는 서독의 두 배"라고 전했다.

아울러 서독에 기반을 둔 정당들이 동독에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점도 동독에서 AfD의 세력 확장을 거들었다.

베를린 훔볼트대학교의 슈테인 마우 사회학 교수는 이코노미스트에 "서독의 정당들이 1990년 이후 동독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면서 "동독 사람들은 서독 유권자들보다 정치인에 대한 즉각적인 기대를 더 많이 갖고 있으며 그들에게 더 쉽게 실망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제적 배경으로 줄어드는 인구와 이에 따른 고령화 등은 보수, 우경화에 불을 붙였다.

이코노미스트는 "국가 전체가 고령화되고 있지만, 동독의 많은 지역에서는 상황이 본질적으로 회복될 수 없을 정도"라며 "특히 젊은이, 여성들이 이주하고 있다. AfD는 인구가 줄어들고 노령화된 지역에서 더 나은 성과를 보인다"고 말했다.

2012년 창당한 AfD는 2013년 치러진 연방의회 선거에서 4.7%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연방의회 입성 조건인 5% 득표율에는 다다르지 못했다.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7.1%의 득표율을 기록, 독일에 배정된 96석 중 7석을 확보하면서 입지를 다졌다.

2017년 연방 선거에서는 12.6%의 득표율로 의회에서 94석이나 확보하면서 약진했다. 2021년 연방 선거에서는 득표율 10.3%에 그쳤으나, 지난달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16%를 기록하며 다시 극우 돌풍의 주역으로 등극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위기와 난민 문제 등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AfD는 22일 브란덴부르크에서 열리는 주 선거에서도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AfD가 선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지방선거에서 첫 1당에 오르면 독일 정치사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극우 나치당의 득세로 2차 세계대전의 흑역사를 겪은 독일 정치는 방화벽을 세워 극우 정당과 협력을 금기시해왔다.

실제 헌법수호청은 튀링겐, 작센 지역 AfD를 우익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 합법적으로 감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