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시한 의대 정원 유예안을 두고 여권 내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한 대표가 고위당정협의회 등 소통 채널을 통해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유예안을 외부에 공개한 것이 당정 간 불화만 노출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 대표는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 개혁 방침에 동의한다고 밝히며 당정 간 갈등에 "사치스러운 프레임"이라며 거리를 뒀다. 하지만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 대란을 수습하기 위해 정부가 '증원 유예'가 포함된 대안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안을 두고 정부여당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국정브리핑에서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의료개혁을 멈출 수 없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의대 증원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한 대표는 "의료개혁을 위해 증원이 필요하다는 점에 많은 분이 동의하고 저도 동의한다"며 "그 과정에서 절대적 가치인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대한 불안감을 고려하면서 나가야 한다는 점에 대해 모두 공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대 정원 문제 관련 '증원이 필요하다'는 방침에 동참했지만, 정책 시행 시점을 두고 이견을 보였다.
한 대표는 전날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이주호 사회부총리가 의료개혁 관련 정부 보고를 할 때 '개인 일정'을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당정 간 껄끄러운 관계가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 대표는 이후 연찬회장에 돌아와 "국민 생명과 관련된 사항에서 당정 갈등이라는 프레임은 사치스러운 것"이라고 일축했으나, 윤 대통령이 이날 연찬회에 불참하며 의대 증원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권 내에서는 한 대표가 의대 증원 유예안을 언급한 시점을 두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한 대표가 정부 측과 유예안을 논의하는 과정을 생략한 채 외부로 본인의 의견을 선제적으로 표출한 것이 불필요한 충돌로 번졌다는 것이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 출연해 "당 대표가 정부 정책을 바꿔달라는 요구사항이 있어 대안을 제시하려면 (정부와) 협상을 해야 된다"며 "여당의 대표이기에 문을 걸어 잠그고, 소리가 나더라도 토론을 하거나 심지어 언쟁을 하더라도 거기서 끝내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한 대표가) 그렇게 하지 않고 불쑥 한 마디 꺼내며 그 다음 날 언론에 보도됐다"며 "SNS를 통해 개인 의견을 내면 정부의 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기보다 '나는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한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리는 데 치중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다가오는 정기국회는 온전히 '원내의 시간'이다. 결국 원외 인사인 한 대표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시점"이라며 "핵심 사안에 대해선 당정 간 물밑 협상을 통해 조율된다. 한 대표가 정기국회를 앞두고 모습을 드러낼 시간이 적다 보니 조급히 결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친한(친한동훈)계는 의료계 파업으로 인해 국민의 생명권이 위협받는 상황인 만큼 정부가 유예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통령실과의 갈등설까지 격화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는 반응이다.
친한계 핵심 인사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당은 민심의 목소리를 전하는 창구 역할을 해야 한다. 민심을 전달하는 것을 두고 대통령실과 갈등설까지 확산되는 것은 호도된 부분이 있다"며 "의대 정원 문제를 두고 촉발된 갈등을 여당이 중재하는 게 어떻게 갈등을 야기하는 것인가"라고 강조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든 개혁에는 부작용과 고통이 뒤따르니 버텨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다"면서 "하지만 국민 건강과 생명이 걸려있는 의료 문제를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무작정 밀어붙일 수도 없다. 10년 뒤 개혁 효과를 위해 지금 죽어도 좋다고 말할 환자와 가족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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