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오는 10월 1일 '국군의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군의날은 한국전쟁(6.25) 당시 한국군이 남침한 북한 공산군을 '반격'한 끝에 38선을 돌파한 1950년 10월 1일을 기념하고자 이승만 정부가 제정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는 "1910년 10월 1일 조선총독부 설립일과 겹치는 것은 우연인가"라며 무리한 '친일몰이'에 나섰다. 현 정부와 집권당을 친일 세력으로 규정함으로써 정치적 이득을 보겠다는 심산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은 이러한 야권의 행태를 지적하며 대꾸할 가치도 없는 궤변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野 "10월 1일은 조선총독부 설립일과 겹쳐 … 독립군 기념일을 국군의날로"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당정과 대통령실이 건군 76주년인 오는 10월 1일 국군의날을 임시 공휴일로 졸속 지정하려 한다"면서 '10월 1일 임시 공휴일 지정, 한일 합병된 1910년 10월 1일 조선총독부 설립일과 겹치는 것은 우연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강 의원은 "이번 기회에 국군의날을 다시 지정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전쟁 중 38선을 최초 돌파한 날인 1950년 10월 1일을 기념해 국군의날로 제정했는데, 38선 최초 돌파일이 대한민국 국군 역사와 정체성을 담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국군 시작은 1948년 이후보다 1919년 이후로 독립군들의 무장투쟁을 활발히 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가 찾는 것이 헌법상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28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10월 1일은 한국군이 남침한 북한 공산군을 반격한 끝에 38선을 돌파한 날로, 그날을 국군의날로 지정했다"며 "우리는 10월 1일 38선을 넘는 국군이 떠오르는데, 야당 머릿속에는 오로지 조선총독부만 떠오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손희원 6.25 참전유공자회장 "野 주장 한심해 … 38선 돌파는 국가 수복 의미"참전 용사들은 야권의 주장이 국가 수복에 버금가는 38선 돌파의 의미를 축소하고, '1919년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 전문의 의미를 오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손희원 6.25 참전유공자회장(예비역 육군 준장)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1950년 10월 1일은 우리 역사에 상당히 중요한 날"이라며 "6.25 전쟁 당시 우리나라가 사라질 지경에 처했는데, 유엔군이 참전하고 우리가 낙동강 방어 전선에서 성공했기에 반격의 기회를 얻게 됐다. 38선을 돌파했다는 것은 국가를 수복한 것과 의미가 같다"고 강조했다.
'10월 1일이 조선총독부 설립일과 겹치므로 국군의날을 1919년 독립군의 무장투쟁과 관련된 날로 지정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선 "생각이야 누구나 다를 수 있으니 일일이 다 대응할 필요도 없지만 한심한 소리다. 그런 소리를 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나라를 되찾겠다는 독립군의 정신, 3·1 독립운동의 정신을 계승하자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솔직히 독립군은 일제 치하에서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했고, 임시정부는 망명 다니느라 바빴다"며 "독립군의 무장투쟁으로 우리의 해방이 이뤄졌는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무조건적인 항복, '카이로 회담'으로 인해 우리의 독립이 이뤄진 역사적 사실을 즉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의 이런 지적은 최근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의 설명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명예교수는 최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임시정부에 우호적이던 중국의 장개석 정부조차도 (우리의 망명 임시정부에 대한) 인정을 거부했다"며 "국내에서 일제의 압박을 받고 살던 한국 백성의 절대 다수는 임시정부가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우리가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다는 것은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을 상징적으로 계승했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계승했다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은 5·10 선거를 통해 만든 나라"라고 역설했다.◆김근태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 상임대표 "野 주장, 논평할 가치조차 없는 궤변이다"
김근태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 상임대표(예비역 육군 대장)도 통화에서 "38선 돌파일인 10월 1일을 기념하고자 국군의날을 제정했고 역사적으로 기념해 왔는데 그걸 어떻게 경술국치와 연결 지으며 다른 날로 변경하자고 할 수 있는가"라며 "논평할 가치조차 없는 궤변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경술국치 기념행사를 연 적도 없는데 갑자기 왜 경술국치를 거론하는지 모르겠다. 38선 돌파일을 기념한다는 최초의 그 의의를 그대로 살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국민과 함께하는 국군의날" … 국민 안보의식·국군 사기 고취 차원
당정이 국군의날의 임시 공휴일 지정을 검토하는 것은 국민 안보의식과 국군 장병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강한 국군, 국민과 함께!'라는 슬로건을 걸고 열리는 올해 국군의날 행사는 '강한 국군'의 압도적인 국방력을 과시하면서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을 구현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국군의날 당일인 1일 오전 10시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기념식을 개최하고, 오후 4시쯤 숭례문과 광화문 일대에서 시가행진을 시작한다. 시가행진에는 호국영웅 카퍼레이드에 이어 다수의 공중전력과 지상장비가 기동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군의날 국민께서 일을 하게 되면 자칫 군인만의 행사가 될 수 있다"며 "시가행진을 비롯한 국군의날 행사에 국민이 참여할 수 있게 하자는 차원에서 당정이 국군의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시가행진을 진행할 동안 교통혼잡이 일부 발생할 수 있는데, 국군의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면 출·퇴근 불편도 덜어드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10월 1일은 '38선 돌파일'이자 '한미상호방위조약' 서명일
국방부 관계자는 '현행 국군의날이 조선총독부 설립일과 겹친다'는 야당의 지적에 대해 "우리 군이 조선총독부 군대라는 말인가"라며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국군의날은 육군 제3보병사단이 동해 쪽에서 38선을 돌파한 1950년 10월 1일을 기념해 만들어진 날"이라며 "365일 중에 겹치는 날이 얼마나 많은가. 예를 들어 안중근 의사의 사형 선고일인 2월 14일은 밸런타인데이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의 지적처럼 10월 1일은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이기도 하다. 한미는 정전협정 체결 직후인 1953년 8월 8일 서울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임석한 가운데 한미상호방위조약 가(假)조인식을 열었다. 서명은 그로부터 약 두 달 뒤인 10월 1일 미국 워싱턴에서 변영태 당시 외무부 장관과 포스터 덜레스 미 국무부 장관에 의해 이뤄졌다.
이에 주한미군전우회는 2021년부터 매년 10월 1일을 '한미동맹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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