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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에서 사라진 '北 비핵화' … 원칙 흔들리나

뉴데일리

11월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발표한 새 정당 강령(정강, platform)에 '한반도 비핵화(denuclearization)'라는 문구가 모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도발을 단행하는 현 상황이 '억제(deterrence)'가 필요한 단계이지만, 대선을 앞둔 미국의 두 정당이 대북정책의 원칙인 '비핵화'를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은 이 원칙이 약화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민주당이 전당대회 개막일인 19일(현지시각) 발표한 새 정당 강령을 보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톱다운'식 외교정책을 비판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 중시' 외교 노선을 이어가겠다는 기조를 명확히 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국들과 더불어 복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이 부과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해왔다"며 "한·일과의 3국 협력 강화를 통해 한반도와 그 너머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의 불법적인 미사일 역량 구축을 포함한 북한의 도발에 맞서 억지력을 강화하고 강압에 저항하기 위해 전통적 동맹을 계속 굳혀가는 한편, 지역 동반 관계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강에는 북한을 여섯 차례 언급하면서 동맹인 한국의 편에 서겠다는 의지가 담겼지만,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만든 현재의 민주당 정강에 담긴 '북한 비핵화 목표'와 '외교적 대화' 방침, '북한 인권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현재 민주당 정강에는 "우리는 (북한) 비핵화라는 장기적인(longer-term)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이고 협력적인 외교 캠페인을 구축할 것", "우리의 동맹국들과 함께 그리고 북한과의 외교를 통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지역에서의 호전성에 의해 야기되는 위협을 억제 및 통제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해당 정강은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발표한 공식 국가안보전략(NSS)에 반영됐다. 바이든 행정부의 NSS 보고서는 한반도와 관련해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가시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해 북한과 지속적인 외교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재 민주당 정강에는 "인도주의적 지원을 지지하고 북한 정권이 총체적 인권 유린을 중단하도록 압박할 것"이라면서 북한 인권 문제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새 정강에는 이 역시 삭제됐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북한과 대화 물꼬를 트기 위해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을 두고 협상할 수 있다는 의미"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핵 군축 협상은 핵보유국끼리 대등한 위치에서 하는 것으로, 북한의 핵무장을 사실상 용인하겠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정강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차별점을 강조하는 전반적인 기조의 연장선으로도 해석된다.

민주당 새 정강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아첨하며 그를 정당화하고 북한의 독재자와 '러브레터'를 주고받으면서 이 지역에 대해 다른 접근법을 취해 세계 무대에서 미국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북미 정상회담 등 연일 친분을 과시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상황에서 달성하지 못한 '북한 비핵화' 목표를 언급하기보다는 한·미·일 3국 협력을 통한 대북 억지력 강화를 강조해 차별화를 두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지난달 미국 공화당이 발표한 정강에도 "미국 국익에 중점을 둔 외교정책"을 언급하면서 북한은 물론, 한국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이다.

앞서 2020년 대선에서 공화당은 2016년 발표한 정강을 다시 채택했다. 당시 정강에는 북한의 핵확산 활동에 대한 완전한 책임 촉구와 함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CVID)의 핵무기 프로그램 해제'를 요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북한의) 변화가 불가피함을 인정하고 핵 재앙에 맞서 모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한반도의 긍정적 변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점을 중국 정부에 촉구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치열한 승부를 펼치고 있는 미국의 두 정당의 정강에 '북한 비핵화'라는 대북정책 기조가 담기지 않은 것은 향후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당 강령에 비핵화를 포함하지 않았다고 해서 곧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미국의 양대 정당 모두 북한 비핵화를 실현하기 어려운 목표로 보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북 핵 협상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미국 조야의 분위기를 대변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 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북한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며 우리 정부는 긴밀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억제, 단념, 대화 외교라는 총체적 접근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는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미국 측과 대북, 북핵 정책과 관련해서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08/21/202408210001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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