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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당시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지낸 문정인 전 세종재단법인 이사장이 사임 직전 계약을 체결한 세종연구소(세종연)의 부동산 임대 사업이 논란에 휩싸였다. 임대 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A사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25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문 전 이사장은 지난 3월14일 아울렛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A사와 부동산 임대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경기 성남시의 연구소 부지 3만8000㎡(약 1만1500평)를 장기 임대해 대형 복합건물을 짓는 내용이다.
공교롭게도 계약 체결 시점은 법인 이사회에서 문 전 이사장에 대한 사임 안건이 의결된 날이었다. 그는 계약 닷새 전인 3월9일 A사와 "주무관청(외교부)의 사업승인 완료시 공식적으로 계약을 체결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세종연은 외교부 등록 국가정책 연구재단이기 때문에 임대 사업과 같이 재산상 중대 변동이 발생할 경우 주무부처인 외교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문 전 이사장은 외교부 승인 절차 없이 계약을 체결한 뒤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연이 A사에 보장한 임차 기간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의 특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세종연은 임대 기간을 50년 설정했지만, A사가 원할 경우 20년씩 두 차례 연장할 수 있게 해 최장 90년의 임차 기간을 보장했다.
A사가 임대 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과정을 두고도 잡음이 불거졌다. 세종연은 지난해 우선협상대상자와 사전에 계약을 맺은 뒤 공개 입찰을 통해 더 나은 사업대상자를 찾는 '스토킹 호스(Stalking-horse)' 방식을 통해 A사를 사업자로 최종 선정했다. 수의 계약으로 인한 배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A사에 우선협상권을 부여했다고 한다.
그러나 공개 입찰을 통해 다른 업체가 A사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했을 가능성 자체를 스스로 차단했다는 점에서 특혜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연은 1만1500평 규모의 부지만 제공할 뿐 6000억원의 사업비는 A사가 전액 부담하는 구조다. 다만 A사가 용도변경을 위해 지급하는 기부채납용 임대주택 건설비용 400억원은 세종연의 빚이 된다. 세종연은 임대 기간 50년 동안 매년 27억원을 A사에 지급해야 한다.
이 외에도 A사가 미리 지급하는 본관 철거비용 50억원과 임대 부지에 대한 세금을 세종연이 부담해야 한다. 세종연은 당장 재정난 해소를 위해 A사로부터 매년 30억원을 빌린 뒤 임대 수익이 발생하면 이를 갚을 예정이다.
세종연이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해 A사 이익만 극대화되는 계약 조건을 설정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7일 세종재단법인 이사장으로 선임된 이용준 전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취임 직후 해당 임대 사업 계획의 타당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전망이다. 외교부도 세종연으로부터 공식적인 사업 승인 요청이 올 경우 법률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
임대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거론되는 가운데, 이를 대신할 새 자구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세종연이 해산 수순에 들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세종연 관계자는 매체에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며 하루가 급한 상황에서 언제 부임할지 모르는 신임 이사장을 마냥 기다릴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이사장 대행(이상현 세종연구소장)이 계약서에 서명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며 "이사회에서도 외교부의 승인 없이는 어차피 계약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 만큼 최대한 신속한 행정처리를 위해 계약을 체결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임대 기간이 과도하게 길게 설정됐다는 지적에 대해선 "기간을 20년 혹은 30년으로 짧게 설정할 경우 매년 임대 수익의 대부분이 채무 비용과 세금 등으로 소모돼 재정난을 타개하기 어렵단 판단으로 불가피하게 50년 장기 임대를 하게 됐다"며 "입찰 방식으로 스토킹 호스를 선택한 것 역시 법무법인 자문 등을 통해 배임 등의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받은 상태"라고 해명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3/05/25/202305250018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