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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백해무익한 난신적자, 공소시효 없는 극형만이 해답”

오주한

태양광‧개발특혜 의혹 등서 퍼지는 난신적자의 악취

“썩은 해골도 주벌(誅伐)” 등 선조의 일갈 귀담아야

 

구한말인 1896년 항일의병장이었던 의암(毅庵) 유인석 선생이 기개 넘치는 서체로 2.8m 길이의 화선지에 써내려간 상소문 초고본이 지난해 8월 언론에 공개됐다. 의암 선생은 매국노들이 활개치는 세태를 통탄하면서 “난신적자(亂臣賊子)를 처단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당시 한반도는 부역자들을 앞세운 일제(日帝)의 침탈 앞에 몸살을 앓고 있었다. 국모(國母)가 일본 낭인들에게 무참히 도륙되는가 하면 고종은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할 정도였다. 대표적 친일반민족행위자인 이완용은 1905년 을사조약 체결을 주도해 끝내 나라를 팔아먹고 온 백성을 노예로 만들었다.

 

이러한 난세가 펼쳐지자 의암 선생은 일제의 허수아비가 되다시피 한 대한제국 정부의 의병 해산명령을 거부하면서까지 침략에 항전했다. 일가족도 항일에 앞장섰다. 의암 선생의 며느리인 윤희순 의사는 최초의 여성 의병대장이기도 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들의 업적을 기려 1962년 의암 선생에게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1990년 윤희순 의사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각각 추서했다.

 

의암 선생 상소문에 나오는 ‘난신적자’는 나라를 어지럽히는 신하와 혈육을 해치는 인물을 뜻한다. 맹자(孟子) 등문공하(藤文公下) 부자호변장(夫子好辯章)편에 의하면 맹자는 제자인 공도자와의 대화에서 “(춘추시대에) 세상이 쇠퇴해 신하가 임금을 살해하고 자식이 아비를 해치는 일이 생기게 됐다. 춘추(春秋)가 완성되니 난신적자들이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고 말했다.

 

춘추시대에도 구한말과 마찬가지로 매국노‧인면수심들이 판을 쳤다. 사마천은 사기(史記) 태사공자서(太史公自序)에서 “춘추시대 때 시해된 군주는 36명, 멸망한 국가는 52개국, 제후들 중 사직을 보존하지 못한 이는 헤아릴 수 없다”고 기록했다.

 

실례로 제나라의 재상 최저(崔杼)는 임금이었던 장공을 시해한 뒤 이를 기록한 사관 삼형제 중 두 명을 차례차례 죽여 입을 막았다. 진(晉)나라의 곡옥무공은 약 70년간의 내전 끝에 혈족을 살해하고 옥좌를 차지했다. 이 와중에 제자백가(諸子百家) 중 한 사람인 묵자가 ‘겸애(兼愛)’라는, 천수백년을 앞서나간 사상을 설파할 정도로 민생은 막장으로 치달았다.

 

조선 후기 학자 최한기는 “난신적자는 백성을 잘 다스리기보다는 오직 부의 축적과 개인의 영달만 좇는다”고 지적했다. 여말선초(麗末鮮初)의 학자 야은(冶隱) 길재는 “난신적자는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을 공격하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한다”고 성토했다.

 

그런데 21세기 대한민국이 패륜을 일삼고 주권자(主權者)인 국민을 해치는 난신적자의 놀이터가 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에 의하면 전체 지자체 중 단 5%만 대상으로 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사업 관련 표본조사에서만 천문학적인 부당 대출‧지급 정황이 적발됐다. 친형을 정신병원에 감금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한 정치권 인사는 개발특혜 의혹 등 10여개의 각종 비리 혐의로 수사 받고 있다. 이 모든 사건에는 국민의 고혈을 쥐어짜낸 혈세(血稅)가 연관돼 있다.

 

조선 명종 때 영의정을 지낸 윤인경 등은 선왕(중종) 치하에서 국정을 농단했던 인물들을 겨냥해 “난신적자는 설령 1000년 전의 일이라 해도 반드시 추적한 뒤 처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종 시절 대사헌을 지낸 한치형 등은 “(난신적자의) 썩은 해골이라도 주벌(誅伐)할 수 있으며 구족(九族)을 멸해야 한다”고 했다. 백해무익(百害無益)한 난신적자는 공소시효 없는 극형만이 해답이라는 뜻이다. 미풍양속을 어지럽히고 주권자를 해치는 작금의 난신적자들이 모골이 송연하도록 귀담아 들어야 할 얘기다.

 

오주한 르데스크 정치부장

댓글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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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놈개준슥<span class=Best" />
    2022.09.14

    역사는 반복된다. 지금도 반복되는 중

    과거를 돌아보면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알게될 것.

    기자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 갹갹<span class=Best" />

    첨부터 끝까지 너무 재밌게 잘 읽었네용 역시 기자님이시라 글을 끝까지 끌고가는 힘이.. 대단하십니다..

    난신적자 처음 들어보는 단어인데 기자님 칼럼을 읽어보니 우리나라에도 참 다양한 난신적자가 우리나라 망치려고 이리저리 훼방놓는 것 같습니다. 얼른 처단 되어 진정한 적폐가 청산되길..

  • 타키<span class=Best" />

    이래서 역사를 배워야한다 ㅇㅈ

  • 네이놈개준슥
    2022.09.14

    역사는 반복된다. 지금도 반복되는 중

    과거를 돌아보면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알게될 것.

    기자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네이놈개준슥
    타키
    @네이놈개준슥 님에게 보내는 답글

    이래서 역사를 배워야한다 ㅇㅈ

  • 네이놈개준슥
    오주한
    작성자
    2022.09.14
    @네이놈개준슥 님에게 보내는 답글

    감사합니다

  • 갹갹

    첨부터 끝까지 너무 재밌게 잘 읽었네용 역시 기자님이시라 글을 끝까지 끌고가는 힘이.. 대단하십니다..

    난신적자 처음 들어보는 단어인데 기자님 칼럼을 읽어보니 우리나라에도 참 다양한 난신적자가 우리나라 망치려고 이리저리 훼방놓는 것 같습니다. 얼른 처단 되어 진정한 적폐가 청산되길..

  • 갹갹
    오주한
    작성자
    2022.09.14
    @갹갹 님에게 보내는 답글

    감사합니다

  • BartSimpson

    구족멸족

    ㅋㅋㅋ

    무서운 칼럼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 BartSimpson
    오주한
    작성자
    2022.09.14
    @BartSimpson 님에게 보내는 답글

    감사합니다

  • SJK55555
    2022.09.14

    헐 진짜 기자분이 올린건가 기자분이 쓴걸 퍼온건가? ㄷ ㄷ

    내용 좋네 잘 읽었음

  • SJK55555
    오주한
    작성자
    2022.09.14
    @SJK55555 님에게 보내는 답글

    제가 오늘 쓴 따끈한 칼럼입니다. 감사합니다

  • 타마시로티나
    오주한
    작성자
    2022.09.14
    @타마시로티나 님에게 보내는 답글

    감사합니다

  • whiteheart
    잘 읽었습니다 기자님^^

    건강하서요~~

  • whiteheart
    오주한
    작성자
    2022.09.14
    @whiteheart 님에게 보내는 답글

    감사합니다. 건강하십시오~~

  • 일진
    2022.09.14

    개인주의의 과도한 팽창으로 개인의 이익추구에 대한 열망은 과열되어 있습니다. 이는 정치에서는 부정부패로 나타난다 생각합니다. 더 강력한 통제 감시수단, 처벌 같은 방법으로 대응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근본적인 해결방향으로 개인주의의 팽창에 걸맞게 정부로 흘러들어가는 돈을 줄이는 작은정부가 실현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돈이 꼬이는 곳에는 벌레가 모이기 마련입니다.

  • 아자아자아장
    2022.09.14

    너무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아자아자아장
    오주한
    작성자
    2022.09.14
    @아자아자아장 님에게 보내는 답글

    감사합니다

  • 박정힉

    고려 무신정권 이고,이의방,정중부,경대승,이의민,최충헌,최우,최의,김준,임연 중 고려사 열전에 경대승만 열전에 수록되고 역신편에 다 올란것 으로 앎. 조선 초 고려사 집필진이

    경대승만 유일하게 충신으로 기록한것이 흥미로움 박용우 배우가 난신적자 라고 무인시대 드라마 단골 단어라서 생각나서 씀

  • 홍준표대구시장
    천공스승
    2022.09.14
    @홍준표대구시장 님에게 보내는 답글

    국민일보 오주환 기자 프사가 저분 프사랑 같음

  • 천공스승
    홍준표대구시장
    @천공스승 님에게 보내는 답글

    헐 ㄱㅅㄱㅅ

  • 홍준표대구시장
    오주한
    작성자
    2022.09.14
    @홍준표대구시장 님에게 보내는 답글

    안녕하십니까 시장님. 오주한입니다. 저는 오주환 국민일보 기자와는 잘 모르는 사이입니다;; 전 주간지·일간지를 거쳐 현재 르데스크라는 매체에 근무 중입니다 ^^

  • 오주한
    BartSimpson
    @오주한 님에게 보내는 답글

    아 저 분은 시장님 아니세요

    ㅋㅋㅋㅋㅋ

    홍카는 “준표형”이라는 닉네임을 쓰십니다

  • BartSimpson
    오주한
    작성자
    2022.09.14
    @BartSimpson 님에게 보내는 답글

    감사합니다 ㅎㅎ;

  • 사림

    캬아~ 술술 잘 읽히는 글이 아주 좋습니다.

    물론 내용도 백번 공감, 좋은 내용이고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사림
    오주한
    작성자
    2022.09.14
    @사림 님에게 보내는 답글

    감사합니다

  • 담덕

    처음부터 끝까지 잘 읽었습니다. 정말 좋은 글 같습니다.

    지난 정부때 태양광 사업부터 시작해서 원전에 대해서 수익성 의혹이었나요 각종 의혹에 대해서 바로 잡고 어려운 시국에 경제를 어떻게든 되살릴 정책들에 대해서 고심해야 할텐데 오로지 이재명과의 싸움과 이준석과의 당권 다툼에만 열중하는듯한 무능한 대통령. 그리고 좌파,우파의 많은 정치인들이 말씀하신 사자성어에 해당하는 케이스가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말씀하신 사자성어에 해당하는 인물들이 좌파, 우파 가릴것 없이 많은 수의 정치인들이 해당하는것 같아 정말 참담합니다

  • 절무신
    2022.09.14

    굿뜨

  • 절무신
    오주한
    작성자
    2022.09.14
    @절무신 님에게 보내는 답글

    감사합니다

  • 풀소유

    기자는 이런 분들이 주류가 되어야 하는데…

    좋은 칼럼 감사합니다.

     

  • 풀소유
    오주한
    작성자
    2022.09.14
    @풀소유 님에게 보내는 답글

    과분한 평가이십니다..감사합니다

  • 혼다히토미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혼다히토미
    오주한
    작성자
    2022.09.14
    @혼다히토미 님에게 보내는 답글

    감사합니다

  • 담
    2022.09.14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역사에서 반복되는 그리고 지금도 이어지는

    현 대한민국의 난신적자들 모두

    끝까지 그 벌을 받길 바랍니다

  • 켈켈켈
    2022.09.15

    우파 기자라서 그런가 칼럼 내용이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