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호 당론 법안으로 '전국민 25만 원 민생지원금'을 처분적 법률 형태로 추진하겠다며 강행 처리를 예고한 가운데, 국민의힘과 전문가들은 삼권분립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우려를 표했다.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윤재옥 의원실 주최로 진행된 '처분적 법률,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는 민주당의 처분적 법률 예고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가 모두 생략하고 직접 행정권을, 저 밑에서 해야 하는 처분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헌법체계가 뒤집어지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사법부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게 되고 행정부도 어떻게 해야 할 지 난감한 상황에서 이른바 '거부권 홍수'가 일어나는 빌미를 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3권이라는 축이 각자의 역할을 하되 서로의 남용을 방지하는 견제 장치가 작동하는 것이 3권 분립의 원리"라며 "최근에는 헌법 상 견제와 균형을 뛰어넘어서 행정권을 입법부가 좌지우지 하려고 한다는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토론회를 주최한 윤재옥 의원은 "22대 국회가 개원했지만 여러가지 협상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며 "14개월 전 원내대표에 취임하면서 왜 정치를 복원하자고, 전쟁이 아닌 정치를 하자고 민주당에 하소연했지만 14개월을 돌아보면 의회정치 복원이라는 구호가 너무나 멀게 느껴지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지금 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보면 지원금과 관련해 액수나 시기까지 정부예산 편성권을 침해한다"며 "처분적 법률이 우리 정치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 정치복원이라는 관점에서 바람직한 것인지 심도 있게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나경원 의원 역시 "요즘 민주당이 '법대로'라고 하는데 보니까 '마음대로'"라며 "국회 안에서 법을 통과시키는 것만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권을 넘어 행정권을 행사하려고 한다. 조작수사, 특검법 등을 말하는데 사법부도 무력화하고 수사권도 무력화하는 등 행정권한을 마음대로 하려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월권적 입법'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신봉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당은 처분적 법률의 일반화를 통해 행정부의 처분 권한을 대신하겠다는 호기를 보이고 있다"며 "입법에 있어 무정부주의를 초래하는 것으로서 권력분립 내지 삼권분립의 한 축인 행정부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또 "13조 원이라는 과도한 예산이 수반되는 처분적 법률을 제정함에 있어 정부에 이를 강요하는 건 국회의 권한 남용"이라며 "과도한 개입이자 월권적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발제를 맡은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정부가 재정권을 행사하고 국회는 이를 통제한다는 헌법 상의 기본 구조를 벗어난 것"이라며 "국회와 정부가 동의하는 중립적인 기관의 민생지원금 지원 효과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7일 민생회복지원금 추진 의사를 피력하며 "처분적 법률을 활용하면 좋지 않을까"라고 말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에 대해 정부가 부정적 입장을 보이자 처분적 법률 형태로 추진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또 13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에 재원 마련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압박하기 위한 차원에서 강수를 뒀다.
처분적 법률이란 국회가 행정부를 거치지 않은 채 입법을 통해 바로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상 '행정부 패싱'이다.
그러나 헌법 제54조에서는 예산안 편성권을 정부에 부여하고 있고, 헌법 제57조는 국회가 정부 동의 없이 정부 제출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자신들의 정책 추진을 위해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정부의 재정 편성권을 침해하겠다는 것인 만큼 위헌 소지가 크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강행 처리 의사가 확고한 만큼 현실화할 경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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