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제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각종 쟁점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통과된 법안의 면면을 살펴보면 논란 요소가 많아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반발이 거세지자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 절차를 어긴 야당이 거부권 행사를 문제 삼는 건 맞지 않다"고 맞받아쳤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유공자법,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지원특별법 개정안, 농어업회의소법, 한우산업지원법 등 4개 쟁점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당초 민주당은 이들 법안을 포함해 본회의에 상정한 직회부 법안은 총 7개였다. 그러나 김진표 국회의장이 나머지 3개(양곡관리법·농수산물가격안정화법·가맹사업법 개정안) 법안에 대해선 "상임위원회의 심사 과정에서 여야 및 정부의 이견이 컸다"며 "의무 숙려 기간을 규정한 국회법 제93조2의 취지에 따라 오늘 본회의에서는 처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전세 사기로 보증금을 떼인 세입자에게 정부가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을 적용하는 전세사기특별법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이 법은 사인 간 거래에 국가가 개입하는 문제를 안고 있어 정부 여당이 반대했다.
특별법은 피해자가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의 공공 매입을 신청하면 공공이 '공정한 가치평가'를 거쳐 채권을 매입하도록 하고 있다.
매입 재원으로는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한다.
문제는 보증금 직접 보전의 재원인 주택도시기금은 무주택 서민이 내 집 마련을 위해 저축한 '청약통장'으로 조성된 것이다.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부채성 자금인 것이다.
이에 대해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민이 잠시 맡긴 돈으로 피해자를 직접 지원하게 되면 그 손실은 고스란히 다른 국민이 부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민주유공자법은 일찍이 '운동권 셀프 특혜법'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다치거나 숨진 이들을 국가유공자로 예우해주자는 내용이지만, 대상자 명단과 공적이 비공개돼 여당은 '가짜 유공자 양산법'이라고 규정했다.
국민의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민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농어업회의소법에 대해 "농어민단체가 관변 단체화, 정치 세력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며 반대했다. 한우산업지원법은 "타 산업과의 형평성 문제는 물론 비효율적 문제가 명확하다"는 입장이다.
상정되지 않았지만 민주당이 통과시키려던 양곡관리법은 윤 대통령이 1호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다. 양곡관리법은 쌀값이 폭락하면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윤 대통령은 이 법안에 대해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양곡관리법은 재정 소요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 양곡법이 통과되면 매입·보관 비용에만 3조 원이 넘게 소요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단독 통과시킨 법안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통과된 법안들은 여야 간 충분한 논의도 상임위에서 없었다"며 "사회적 논의 자체도 성숙되지 않은 일방독주로 처리된 법안들"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29일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국회 해산 전 거부권을 행사하면 재표결이 사실상 불가능해 관련 법안은 자동으로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압박하며 거부권 행사를 반대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유공자법을 비롯한 법안들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라고 윤 대통령에게 경고한다"며 "계속되는 거부권 행사는 정권 몰락만 앞당길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어제 민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법안들은 내용도 문제지만 상임위에서 합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 형식적인 부분에서도 잘못됐다"며 "그런 민주당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거부권 행사를 문제 삼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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