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우리동네에 전도하던 사람들이 있었음
이 사람들이 나한테 아무리 공을 들여도 내가 계속 철벽치니까 어느날은 새 성경책을 사왔더라
그거 전해주면서 다음주에 이거 들고 꼭 교회 나오세요 이러는거임
정성을 봐서 일단 받았음
차마 그 책을 길거리에 던져버리진 못하겠더라
그리고 주말에도 당연히 교회 안 갔음 ㅋㅋ
일요일날 밤에 잠이 안 와서 뒹굴거리고 있는데 방구석에 있는 성경책이 눈에 들어옴
책 펴 보니까 뻔한 말 '이웃한테 잘 해라, 서로 사랑해라' 이딴 말만 적혀있음
성경 별거 없구나 이런 소리 나도 하겠다면서 책 덮으려고 했는데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라는 구절이 눈에 들어옴
저게 무슨 뜻이지? 가난한데 왜 복이 있지? 해석이 안 되니까 흥미가 생겨버림
그 순간 재미로 기독교인들이 하는 기도 따라해봄
하나님 저한테 이 구절의 의미 알려주시면 교회 다닐게요ㅋㅋ 이러고 잤음
하나님이 무슨 수로 알려줌? ㅋㅋ
그 다음날 학원 수업시간에 애들이 좀 많이 잤단말야 아무래도 월요일이다 보니 ㅇㅇ
쌤이 애들 깨우다 지쳐서 분위기 전환한다고 진지한 컨셉 잡더니
칠판 판서 다 지우고 뭔가 한 글자씩 느리게 적어내려가는데
마음이 가난한 자는 (음? 어디서 봤던 문장인거같은데)
복이 있나니 (여기서 내 눈 ㅈㄴ 커짐)
저 구절 적더니 저 구절에 대한 설명을 함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구절이라고 하면서 애들 잠 깨라고 종교이야기 좀 해주심
저 일을 겪고 나서 주말에 교회 달려가서 개같이 등록함
왜냐면 난 강약약강이라 하나님한테 까불지 않기로 함
전도하던 사람들 나 보더니 엄청 좋아함 ㅋㅋ
그리고 현재까지 성경말씀 가슴에 새기고 더러운 내 성격 억누르면서 사는 중
끝
나는 부모님이 기독교인이라 자연스럽게 교회 다니게 되더라
그걸 모태신앙이라고 부르는거야?
ㅇㅇ
난 부모님이 천주교라서 성당 다니다가 코로나 터지고 이후로 안다님
코로나 종교시설 난리였지 ㄹㅇ
할렐루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