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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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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나이나경 부사관

중대재해법의 주요 내용 및 특징

 

2021년 1월 8일 산업재해발생시에 기업과 경영자를 동시에 강하게 처벌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을 제정됐다. 이법은 제정 후 1년 후인 2022년 1월 27일에 시행되는 것이 확정된 상황이므로 얼마 후면 5인 미만 사업장, 즉 상시 근로자가 4인인 사업장을 제외하고는 모든 사업장은 중대재해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이러한 중대재해법의 주요 쟁점은 5가지이다.

첫째, 중대재해법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상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인데도 그 적용대상의 차이가 너무 크다. 즉, 산안법은 적용사업장의 범위를 대통령으로 조정할 수 있는 반면에 중대재해법은 이를 조정할 여지가 전혀 없다. 

산안법은 시행령 별표1에서 광산업, 원자력업, 항공업, 선박업, IT서비스업, 금융업, 건축기술·엔지니어링·과학기술서비스업,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등, 사업지원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 농·어업, 환경정화 및 복원업, 소매업, 영화·비디오물·방송프로그램 제작 및 배급업, 눅음시설 운영 및 방송업, 부동산업, 임대·연구개발·보건업, 예술·스포츠·여가 서비스업, 협회· 단체, 개인서비스업, 공공·국방사회보장행정, 초·중·고등 교육기관, 특수학교 등, 국제·외국기관, 사무직근로자만 사용 사업장은 산안법의 적용 범위에서 배제했지만, 중대재해법은 이처럼 배제근거가 없어 위의 사업자들을 큰 혼란에 빠지게 했다.  

둘째는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 등에게 과도한 형사처벌을 과하고 있다. 즉, 근로자에게 주의의무를 부과하지 않으면서도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CEO, 대표이사 등)는 물론이고 그 원청사업주 및 경영책임자 등에게 광범위한 감독책임을 물어 형사처벌을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경영책임자에 준하는 안전보건업무담당자를 선임한 경우에는 그가 대신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비용때문에 안전보건업무담당자를 선임할 수 없는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무의미한 규정이다.  

셋째는 형사처벌의 정도가 과도하다. 중대재해법상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리고 ① 중대산업재해로 인해 6개월 이상 치료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하거나 ② 중대시민재해와 관련해 시설이나 상품 이용자 등에게 전치 2개월 이상 부상자 10인 이상 발생 및 전치 3개월 이상 질병자 10인 이상 발생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이 때 모두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는 물론이고 원청사업자의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가 동일하게 책임을 지는 것은 물론이다. 

넷째는 민사책임에 형벌적 요소가 가미된 5배 징벌배상책임규정을 둠으로써 중복처벌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섯째는 국가가 사업자를 지원하는 것을 입법화했다는 점이다. 즉, 정부는 사업주, 법인 및 기관에 대하여 중대재해 예방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의 입법론적 검토 

 

앞에서 본 중대재해법의 주요내용과 특징들을 검토해 보면 크게 3가지의 입법론적 문제점이 제기된다.

첫째, 위헌의 여지가 큰 정치적 입법이라는 것이다. 이 법은 제정과정에서 현행 산안법이 산업재해와 중대재해를 모두 규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로 독립된 법률을 제정해서 중대재해에 대해서만 엄격한 형사처벌과 징벌배상을 가하는 것이 헌법상의 중복처벌금지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들이 많았다. 특히, 무엇을 주의하고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와 CEO 등이 1년 이상 징역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음은 물론이고 법인도 5배까지의 징벌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는 지적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특정 사례를 일반화하여 인기영합주의적 차원에서 법리보다는 정치논리에 치중하여 법률을 제정했다는 점에서 향후 법적용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노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졸속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수렴을 못해 이해관계자들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어 향후 법적용시 많은 혼란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당장 법 제정 후 경영계는 물론이고 노동계 모두 입법적 보완을 요구하고 있어 향후 법적용하는데 지속적으로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노동계는 형벌과 징벌배상 정도가 너무 낮고 5인 미만 사업장이 배제되었기 때문에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입법인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재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반대로 경제계는 중대재해법이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강력한 기업처벌법인 만큼 향후  사업주나 CEO에게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의 경우 사실상 사업을 포기하게 하는 정치입법이라는 비판을 가하고 있어 이 법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모든 기업들에게 중대재해처벌의 수위를 높여 놓고, 이러한 수준에 이를 때까지 국가 예산으로 이들을 지원하는 것을 입법화한 것은 생색은 정치권이 내고, 책임은 국민이 부담하는 형국이 되었다. 남은 과제는 정권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예산지원 여부를 결정하지 않도록 보다 구체적인 시행령과 시행세칙을 마련하는 것이 남은 과제로 보인다. 

 

입법정책적 제언

 

법 제정 후 시행도 되기 전에 법개정을 주장하는 것은 입법정책상 설득력이 약하다. 그럼에도 과거의 입법례를 돌아보고 최선의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과 단기적인 관점에서 각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중대재해법에 대한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로는 입법정책상 산안법과 중대재해법을 통합하여 단일법률로 통합하는 방안과 둘째로는 중대재해법의 내용을 전면 개정하는 방안을 각각 모색해 볼 수 있다. 

첫째, 단일법률로 통합과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산안법과 중대재해법을 각각 별도로 독립해서 제정하고 시행하는 국가는 영국이 유일하다. 영국은 1974년 산안법을 제정·시행하다가 2007년에 기업과실치사법(Corporate 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 Act)를 별도로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도 근로자 십만명당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기업과실치사법 시행 직후인 2009년 0.5명으로 시행 직전인 2006년 0.7명보다 일시적으로 감소하기는 하였으나, 2011년부터는 다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한다. 따라서 다른 대다수의 국가들처럼 산안법과 중대재해법을 단일법률로 통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둘째, 중대재해법을 전면 개정하는 방안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형사처벌 수위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과 G5(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국가들의 산안법을 비교‧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별도의 중대재해법이 아니더라도 현행 산안법만으로도 형사처벌 수준이 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산안법상 재해발생시 CEO는 최대 7년 이하 징역형의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반면, 미국(7000달러 이하)과 독일(5000유로 이하), 프랑스(1만유로 이하) 등은 징역형 대신 벌금형만 부과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은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50만엔 이하 벌금, 영국은 2년 이하 금고 또는 상한이 없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이미 형사처벌수위가 다른 국가보다 높은 상황에서 2021년 1월 12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산안법상 양형 기준을 조정하여 그 동안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형사처벌 수위를 2배 정도 상향조정한 바 있다. 

과거 산안법 위반에 대한 양형 기준을 각각 1년~2년6개월, 2년 ~ 5년 등으로 약 2배 가량 상향조정하였고, 특별가중 영역과 다수범 역시 약 2배 가량 상향조정하고, 5년 내 재범(다수범) 규정을 신설하여 법정 최고형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하여 최대 징역 10년6개월까지 선고가능하도록 양형기준을 개선한 것이다. 이는 산안법이 솜방망이 처벌이어서 산재발생이 다른 나라보다 높다는 비판은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우리 중대재해법의 모델이 된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은 중대재해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자에게만 형사처벌을 하도록 처벌요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는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하기만 하면 형사처벌을 받는 다는 점에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 따라서 형사처벌 수위를 낮추고 중복처벌논란이 있는 징벌배상규정은 폐지하는 것이 입법론적으로 타당하다고 본다.

단기적으로 중대재해법 전체의 시행을 유예하는 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3월 노조전임임금금지와 복수노조허용을 주된 내용으로 노조법 개정을 단행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법개정안은 시행되지 못하고 부칙에 유예규정을 두어 13년간 시행을 유예한 바 있다. 중대재해법도 현재는 이해관계자 모두 반대하고 있는 만큼 부칙을 개정해서 최소한 3년은 유예한 후 부작용이 우려되는 부분들을 개선한 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국가가 적정하게 예산지원하는 것은 나름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중대재해법 개편안

 

만약 산업재해를 줄이고자 한다면, 법안은 사고 예방을 중심 과제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엄벌주의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로 독일, 영국, 미국, 일본은 각각 '1년 이하 징역’, '2년 이하 금고’, '6개월 이하 징역’ 등의 수준에서 산업안전법 처벌 규정을 마련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를 지나치게 높였다. 피해자와 유족들의 아픔을 고려한다면서 맹목적 엄벌주의만을 내세우는 것은 법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뿐이다.

노사 간 소통창구는 사고 없는 근로환경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안전한 근로환경은 노사 간 원활한 역할 분담과 기여를 통해 현장 주체들이 만들어나가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 고용노동부 장관을 역임했던 김대환 전 장관은 기업과 노조에 대한 정부의 이중적 잣대로 인해 '노조의 정치화’ 및 노사 간 갈등 심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근로자의 안전 문제를 사측의 문제로 국한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2019년과 2020년 현대중공업, 이케아 노조의 파업 과정에서 과격한 쟁의 활동으로 법정 안전교육이 차질을 빚어 논란이 된 바 있다. 교섭과 소통 대신 반목과 불화로 점철된 현 노사관계를 고려할 때 경영진만을 처벌하는 규제는 노동 현장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안전 인프라의 확충은 사전 예방에 집중되어야 한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시설개선 등 안전관리에 투자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것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그리고 법령에서 정한 안전기준을 준수한 경우 사고 발생에 대한 면책을 부여함으로써 기업의 내부적 예방을 유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 역시 이에 호응하는 여러 인센티브를 통해 사회적 책임준수를 유인해왔다. 이처럼 '사후 처벌 대신 사전 예방’으로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안전사고의 예방과 소중한 인명의 보호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의 대응 방식이다. 1974년 영국은 이러한 관점에서 보건안전법을 제정하였다. 산업현장에 있는 다양한 위험 요소의 관리법을 정부가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 요소가 있는 현장에서 직접 적절한 관리 방법을 찾아 실행하는 방향으로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우리 사회도 노동단체의 이익에 치우친 처벌 규정을 남발하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할 실효적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경제계와 노동계의 반목 대신, 함께 머리를 맞대고 더 나은 근로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보완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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