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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담] 천하에 못난 게 여자 괴롭히는 사내다

오주한

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 소견 담은 담론

女인권‧女폭행 동시 일삼는 족속 사라지길

 

남녀의 평균적 근력 차이는 크다. 2017년 12월 영국 BBC 보도에 의하면 남성은 여성에 비해 골격근(骨格筋)이 10㎏가량 더 많다. 상체 근력은 40%, 하체 근력은 33% 더 높다. BBC는 “미국 드라마 ‘제시카 존스’처럼 체구가 작은 여성이 초인적 힘을 갖는 일은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고래(古來)로 적잖은 여성들은 폭력에 노출돼왔다. 일부 못난 남자들은 힘없는 여자‧아이 괴롭히며 희열을 느꼈다.

 

근세 이전 서양은 마녀사냥처럼 아예 대놓고 여성폭력을 정당화하는 기류가 강했다. 니벨룽의 노래(The Song of the Nibelungs) 등 12~13세기 기사도문학(Romans de Chevalerie)의 근간은 “남자는 정의롭고 여자는 문제만 일으킨다”이다. 여성을 남성의 사유재산쯤으로 여긴 기류의 흔적은 오늘날 부부동성(夫婦同姓) 제도 등에 남아 있다. 영미권 국가들은 혼인 시 여성이 남성의 성씨로 바꾸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동아시아 사회는, 성차별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나, 약자나 괴롭히는 이 ‘천하의 지(찌)질이’들을 대단히 경멸하고 강력히 처벌했다. 이러한 사회 풍조를 보여주는 게 시내암(施耐庵‧생몰연도 서기 1296?~1370)이 쓴 원말명초(元末明初)의 소설 수호전(水滸傳‧수호지) 캐릭터들의 엇갈린 명암(明暗)이다.

 

수호전에는 테스토스테론이 풍부하다 못해 쓸데없이 넘친 문제아 둘이 등장한다. ‘화화상(花和尙)’ 노지심(魯智深)과 ‘흑선풍(黑旋風)’ 이규(李逵)다. 이 두 명의 양산박(梁山泊) 패거리 공통점은 사람 패고 다니길 즐긴다는 것이다.

 

곰 같은 덩치의 노지심은 원래 치안을 책임지는 송(宋)나라의 하급관리였다. 그는 절에 들어가고서도 동료스님들을 마구 폭행하는가 하면 보란 듯 고기를 뜯어먹고 술 마시길 일삼았다. 만취한 채로 선방(禪房)에 영역표시하는가 하면 금강역사(金剛力士) 석상(또는 동상)과 버드나무를 뽑아 힘자랑하는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 쳤다. 온 몸을 뒤덮은 꽃문신으로 사람들에게 위압감 주는 건 덤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동명(同名)의 프로레슬러가 왕년에 활동했을 정도로 노지심의 인기는 국가 막론 매우 높았다. 이유는 상대적인 약자에 대한 배려와 넘치는 의협심(義俠心)이었다.

 

하루는 노지심이 주점에서 술 마시고 있을 때였다. 그는 술집에서 노래를 팔아 연명하는 두 명의 부녀(父女)를 만나 기구한 사연을 접했다. 고기 팔아 부를 축적한 어떤 깡패놈이 먹여주고 재워주겠다고 현찰 흔들며 꼬드겨 부녀 중 딸 김취련(金翠蓮)을 첩으로 들였는데, 건달의 본처가 투기(妬忌)가 심해 취련을 괴롭혀 부녀는 결국 쫓겨났고, 건달은 주지도 않은 몸값을 돌려내라고 꼬붕들 풀어 협박‧폭행하면서 부녀가 노래 불러 버는 푼돈을 갈취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대로(大怒)한 노지심은 술값을 빼고 주머니에 남은 돈을 모조리 부녀에게 주고서 달아나라 이른 뒤 그 길로 씩씩거리며 깡패를 찾아갔다. 노지심은 고기 썰던 깡패에게 “쇠고기를 살코기로만 열 근 잘게 다져라” 주문했다가 “비계만 열 근 잘게 다져라” “물렁뼈만 골라 열 근 잘게 다져라” 말 바꾸는 식으로 약을 올렸다. 백정 아니 조폭은 “여긴 내 나와바리여. 너 어디 식구여” 눈알 굴리며 고기 썰던 칼 들고 노지심에게 덤볐다.

 

노지심은 원래는 죽지 않을 정도로만 몇 대 패고서 뼈저린 교훈을 주려 했다. 그런데 그만 자기도 모르게 호랑이수염 곤두세우며 힘 조절이 안 된 탓에 깡패는 원펀치에 고꾸라져 이승과 하직했다. 어쨌거나 사람을 해쳤기에 이 사건으로 노지심은 지명수배자가 돼 하급관리 일을 그만두고 고된 도피길에 올랐다.

 

절에 들어갔다가 쫓겨난 노지심은 수마선장(水磨禪杖) 한 자루에 의지해 정처 없이 유랑하다가 어떤 장원(莊園)에 하룻밤 머물게 됐다. 그는 장원의 늙은 주인으로부터 어린 외동딸이 산적 두목에게 억지로 시집가게 됐다는 하소연을 들었다. 또다시 민원을 접수하게 된 노지심은 두목과 외동딸의 혼인날 자신이 ‘여장(女裝)’을 하고서 신방(新房)에 들어가 첫날밤을 준비(?)하기로 했다.

 

잔치가 끝나고 달이 휘영청 뜬 밤이 되자 몸이 달아오른 두목은 음흉한 웃음과 함께 어두컴컴한 신방에 들어갔다. 훌러덩 훌러덩 벗어던지고서 침상에 누운 두목은 “못 본 사이에 우리 자기가 몸이 많이 불었네. 근육도 많아지고. 수염도 났네. 뭔가 이상한데” 중얼거리며 신부의 몸을 더듬고 만졌다. 노지심은 쩌렁쩌렁 울리는 굵은 목소리로 “으응 으응 아니 되시와요” 짐짓 앙탈(?) 부리다가 “야 이 XX야 안 된다 했잖아” 벌떡 일어나 돌바위 같은 주먹으로 평생에 잊지 못할 첫날밤을 두목에게 선사했다.

 

이러한 노지심의 인기가 사람들 사이에서 하늘을 찔렀기 때문인지, 시내암의 바통을 이어받아 수호전을 완성한 나관중(羅貫中)은 노지심이 끝내 득도(得道)한 것으로 캐릭터를 마무리했다. 후일 노지심은 지진장로(智眞長老)가 남긴 16개 글자의 뜻을 깨우치고서 진정으로 부처님의 제자가 된 뒤 목욕재계하고서 가부좌 튼 채 열반(涅槃)에 들었다.

 

여권(女權) 존중의 화신(化身) 노지심과 달리 이규는 더도 덜도 아닌 그저 ‘여자마저도 폭행하는 미친 살인귀’ 캐릭터다.

 

이규는 일행과 주점에서 술 마시다가 노래를 파는 여인이 다가오자 “시끄럽다”며 주먹을 날렸다. 날벼락 맞은 여자는 단번에 졸도했다. 이규는 양산박 선봉장(先鋒將) 활동 시기에도 쌍도끼 든 채 성지(城地)에 난입하면 눈이 뒤집어져 남자고 여자고 아이고 모조리 목숨을 거뒀다. 양산박의 두령 송강(宋江)은 조정 간신들 음모로 독주를 먹고 죽게 되자 “내가 가고 나면 이 미친놈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며 이규에게도 독주를 마시게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친명횡재’ 논란 속에 총선 본선행 티켓을 따냈던 A씨의 공천이 취소됐다. 여러 사유 중 하나는 가정폭력이었다. 민주당은 그간 여권을 최우선시한답시고 주장해왔기에 A씨 공천은 이율배반(二律背反)‧내로남불이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세상 남자 중 최고로 못난 게 여자‧아이에게 손찌검하는 남자다. A씨는 더 이상 국민의 대표가 될 생각 말고 이규 같았던 지난 삶을 자숙하길 바란다. 향후에는 앞에선 여성인권 외치고 뒤에선 여성폭행 일삼는 인간들이 대한민국 조야(朝野) 모두에서 사라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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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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